[병영생활 행동강령] 이등병은 야간근무시 해야할 일이 더 많다고?


대기병 생활을 접고 시작된 일과와 내무생활은 자유롭긴 했지만 걱정이 뒤따라왔다. 뭐든 용서가 되는 대기병에 비해서 남들과 똑같이 이등병이 됐기에 사소한 실수는 바로 갈굼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처음 전입 왔을때 자주 했던 말실수 "네?" "~요"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언제 어떤 실수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항상 긴장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관등성명이 나오고 선임이 날 부르면 달려가는등 전형적인 각잡힌 이등병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긴장하고 있다고 실수를 하지 않는것은 아니었다.

일명 "개념"이 부족한 상황이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는 채 갈굼받는것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 하루이틀 이등병 막내의 생활을 하다가 어느날 근무판을 보니 내이름이 야간 근무명단에 적혀있는것을 보게됐다. 근무는 일주일단위로 고참 막내가 짰는데 나를 포함한 4명의 대기병이 대기가 풀리자 바로 근무에 투입시킨것이다.


짬이 가장 안되는 우리들은 가장 안좋은 근무에 투입됐다. 근무 첫날 나는 대기병때 배운것처럼 근무 투입준비를 했다. 잠자기 전에 긴장을 하고 잤다가 불침번이 이름을 부르자 벌떡 일어났다. 시간은 새벽 3시 30분. 얼마나 긴장하고 잤던지(잠자기전 머릿속에서 '깨우면 관등 성명을 대면서 0.1초만에 일어나자..잠자기전 머릿속에서 '깨우면 관등 성명을 대면서 0.1초만에 일어나자..를 연속으로 생각하고 잤다.) 마치 내가 잠든것 같지 않을정도로 말짱한 정신으로 일어나며 관등성명을 댔다.

곧장일어나 환복을 했다. 활동복에서 전투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탄띠와 하이바(방탄헬멧)를 착용한다음 내무실 바닥으로 내려왔다. 5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5분뒤면 사수가 일어난다. 그전까지 사수의 전투화를 찾아놓고 내총과 사수의 총까지 꺼내놔야 된다.(그나마 여름이라 스키파카를 안꺼내도 돼 비교적 여유로운것이다.)


우선 내 전투화를 찾아 끈을 묶었다.


어두운 내무실에서 한참동안 사수의 전투화를 찾았다. 점호시간에 깔끔하게 보이기 위해 전투화를 모두 양쪽끝으로 밀어놔 전투화 하나하나의 혓바닥을 들춰가며(전투화 혓바닥에 이름이 주기돼있다.)

전투화를 다 봤는데 사수의 전투화가 보이지 않았다.

'아 어디있는거야'

땀을뻘뻘 흘리며 한번더 전투화를 뒤져보는데 불침번이 사수를 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빠..빨리 찾아야 되는데..'

한바퀴를 다시 돌아 전투화를 찾았지만 사수의 전투화가 보이지 않았다.


"야 내 전투화 어디있어"

사수가 침상에 서서 날 내려다보며 물어봤다.

"이병 이슬기. 그.. 그게.."

안좋은 야간 근무란?

하계는 오후 10시부터 2시간씩 근무를서 6시 반까지 근무를 섰다.

오후10시~12시
오전12시~2시
오전2시~4시
오전4시~6시
오전6시~8시

이렇게 총 5파트로 나누어 근무를 섰는데 이중 가장 안좋은 근무는 오전 4시~6시 근무였다. 근무 나가기 30분전 3시30분에 일어나 근무를 갔다오면 6시 15분으로 바로 일과에 투입되야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3시 30분에 일어나 일과를 하는 효과.

부사수 막내(우리를 포함한 이등병들중 막내)와 사수 막내(간신히 사수로 들어갈수 있는 일병 막내선)가 짧게는 3일연속 길게는 일주일정도 연속으로 이 근무에 투입되고 비번(근무가 없어 쉬는날)이 하루가 주어졌는데 가끔 땜빵(계획치 일로 인해 원래 근무나가야 될 사람이 근무에 나가지 못해야간 대신 투입되는것)으로 비번때 마저 쉴수 없게 되면 보름정도는 비번 없이 근무를 서야됐다.

짬없을때에는 하라면 그냥 무조건 해야된다. "저 저번에도 비번이었는데 땜방으로 들어가서 지금 보름째 야간 근무서고 있습니다" 이런 발언을 했다간 즉시 갈굼 + 결산시간 갈굼을 받게 된다.

(필자도 한번은 20일간 근무를 서본적이 있다.)

그래도 5시간 좀 넘게 자는걸 뭘 그렇게 힘드냐 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이등병 막내는 하루하루가 거의 노가다를 하는것과 같이 빡세다. 항상 긴장하고 있음은 물론 매번 뛰어다니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니 하루 비번으로 8시간 반을 잔다는것은 그렇게 달콤할수 없었다.

쮜약근무란?

내가 근무하던 시절엔 내무부조리가 꽤 심했다. 근무를 병사가 짤 수 있어서 짬순에의해 비번(며칠에 한번 근무를 쉬는지, 짬없을때에는 일주일에 한번 비번 짬이올라갈 수록 주기가 짧아진다.)과 좋은근무가 결정됐고 그것이 군기를 잡는역할을 했다. 가끔 큰 사고를 쳐 근무로 벌을주는게 있었는데(하극상같이 벌어져서는 안될 큰 사고) 그것을 우리는 쮜약근무라고 불렸다. 어원을 보면 쥐약=독한 근무를 뜻하는건데 낮근무와 밤근무 둘다 이용해 근무를 시켰다.

우선 취침하기전 밤8시~10시 근무를 보낸다. 근무에 갔다오면 환복하고 씻고 잠자리에 들어야 되는데. 이런걸 하다보면 10시 반이 훅 지나간다. 빨리해서 10시 반에 잠든다고해도 한시간 뒤에 일어나게끔 밤 10시 12시 근무를 보낸다. 그걸 갔다오면 12시30분이 넘고 마지막으로 기상전에(5시 30분) 일어나야 되는 6시~10시근무를 보냈다.

그와 동시에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주말에는 퐁당퐁당이라는 근무를 보냈는데 이것은 오전 8시~10시, 12시~2시, 4시~6시, 8시~10 이렇게 격시간으로 근무를 보내 쉬지 못하게 하는것이었다.



Trackbacks 0 / Comments 7

  • 짬굉이 2010.07.20 11:37

    ...동절기땐 지옥인데-_-;;;;;;만TO150명중 133명일땐 잠자는게 지옥;;내무실이 좁아서

    후방인데 독립중대라-_-;;;;근데 병장들 다 재대하고 남은인원 60명남짓..

    근무소는 위병소3 탄약고2 유류고2 불침번2 한타임에 9번....인원모자라서

    2번도 근무서봣어요 ㅠㅠ....동절ㅇ기엔 1시간30분근무인데 잠을4시간잘까말까라 죽을뻔했쬬;ㅅ;..

    상병때 중대장바껴서 위병소 근무자 둘로 줄이고 유류고없애서 인원도 보충돼고 상근도

    모두 전역후 다시 받아서 겨우 숨좀 돌렸지만 지금생각해보니 정말 미친짓이네요 ㅇㅂㅇ

    진짜 사람없을땐 세타임도 돌아서;;;

    보통은 두타임 ㅠㅠ

  • 2010.07.20 13:57

    옛기억이 새록새록

  • 강미님ㅋ 2010.07.20 14:00

    악 쮜약근무..
    정말 쮜쮜쮜약같네요;;
    군인 수가 많아지면 그래도 근무서는 텀이 늦어지니까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지 않을까요?ㅎ

  • 경계병 2010.07.21 00:10

    제가 있었던 부대는 독립대대였는데

    전투중대가 위병소랑 탄약고 근무를 합니다.

    전 군생활 중의 2/3를 위병소와 탄약고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이유인 즉.. 중대별로 돌아가면서 근무를 서는데 꼭 제가 소속 된 중대가

    돌아오면 저는 얄짤없이 주간고정근무를 서야했습니다..

    이등병 막내에서 부터 전역하기 전까지 ㅡㅡ;;

  • Favicon of https://afplay.kr 공군 공감 2010.07.21 08:33 신고

    눈팅만 하다가 처음 글을 남기네요~
    앞으로 자주 뵈요ㅋㅋ

  • 28사 무선중대 2010.08.15 16:58

    뭡니까 이건 ㅎㅎ 완전 가혹행위네
    오후 8시~10시 근무 갔다가 바로 10시~12시 근무면 말뚝인데 오타인가요??

    8시~10시 다음에 12시~02시 겠네요 그럼..이것도 진짜 몬할짓인데 부조리가 좀 많이 심했네요

    그래도 그 부대 나름의 전통이라 뭐라 할 수 없는거고 암튼 지금 전역해서 이런추억 그리고 있는거 보면

    군생활 의미있었나 보네여.. 아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군대생활하는 꿈을 꾸는 사람으로써 여러가지 공감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_-ㅎ

  • vcz 2010.09.28 21:43

    울부대는 그런건 없엇지만 최악근무탐은... 주간 말번 야간 둘번 담날 초번...
    여기에 포병이니 야간에 비오면 포카바 페이스(?)라는...것 까지 걸리면
    눈물남...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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