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생활 행동강령] 군대에서 계급별 누리는 권력은 뭘까?


일과시간에는 검열대비를 위한 정비로 하루하루를 보냈고 일과가 끝나고 개인정비시간에 우리 대기병들은 상병 물 군번들에게 여러가지 교육을 받았다. 우리가 숙지해야될 일들과 하지말아야 될 일등을 배웠는데 가장 먼저 배워야 했던것은 수송부 모든 사람들의 이름과 군번 그리고 각 짬별 제한 활동과 맡은 역할 등 이었다.


수송부 전 인원은 60여명. 특이하게도 이곳에는 풀린군번이라거나 꼬인군번이 존재하지 않았다. 분대에 따라서 아주 조금씩 풀린군번과 꼬인군번이 있긴 했지만, 모든 분대가 한 내무실을 사용하는 수송부 특성상 짬먹으면 똑같이 편해지고 짬없을땐 다같이 힘든 그런 생활이었다.

내 바로위인 2004년 7월군번 부터 2002년 10월 군번까지 최소 1명에서 많게는 대여섯명까지 달마다 존재해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빨리 외우기 힘들었다. 연대본부에 오기전 전투지원중대에서는 20여명 되는 소대를 먼저 외우고 천천히 중대 전체의 서열과 이름을 외워가면 되지만 여기 수송부는 60여명이 한 소대나 다름없었다.


수송부 서열과 이름등을 외움과 동시에 우리들이 해야될 일과 각 짬밥별 해야될 일등을 가르쳐 줬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등병때에는 적응기간으로 별달리 주어진 일없이 시키는 일만 하면 됐고, 일병 물(갓 일병)군번은 매일 암구호를 내무실에 전파하고 아침 청소시간에 화장실로 달려가 물을 뿌리며, 일병 둘봉은 여름에 파리를 잡는 역할이 주어졌다. 상병이 되면 침상과 침상사이를 뛰어 넘을 수 있으며 새로전입된 대기병들을 관리했고, 상병이 꺽이면(상병생활 4개월 이상)사회 물품(샴푸, 세안제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실세인 상병 7호봉(7개월째, 상병 마지막)은 낮근무를 짤수있게 돼 사고를 치거나 개념이 없는 병사를 안좋은 근무에 넣는 권력을 갖게 됐다. 또한 아침 점호 시간 전에 애들을 모아 결산을 하고 당일 낮 근무자를 불러줬으며 청소시간에는 바닥 물미싱을 전담으로 한다.


그리고 갓 병장을 단 군번은 딱히 청소를 하거나 잡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편한 생활은 할 수 없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내무실에 마음대로 누워있을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고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참'이란 타 중대에서는 병장들 또는 상위 몇%가 누리는 편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깔깔이를 겉에 입고 돌아다니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등 적어도 병사들 중에서는 눈치보지 않음과 동시에 자신의 편의를 위해 애들을 부리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고참'막내는 밤근무를 짰는데 이때 아들군번에게는 비번(밤 근무가 없는 날)을 많이주고 가급적 편한 근무를 주는 관습이 있었다.

대부분 병장이 되자마자 위 처럼 생활을 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수송부에서는 좀 달랐다. 병장 2호봉(2달째 생활하는)이상들 즉, 이미 '고참'이 돼있는 사람들끼리 의논을 해 갓 병장을 단 사람을 '고참' 직위에 올려줄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했다. 병장달았다고 애들관리에 바로 손을 놓고 아무것도 안하거나 원래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고참에 올려주는 시간을 최대한 늦춰 그를 괴롭혔다.

한마디로 고참에 올라가지 않으면 말뿐인 '병장' 이었던 것이다. 일반적인 병장(사고를 치거나 개념이 없지 않은)들은 대부분 병장 물봉과 2호봉 사이에 고참이 되곤 했지만 개념이 없던 사람들은 2호봉이 되도 고참에 올려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대기병이 있다. 나와 내 동기같이 이곳에 전입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도 대기병이라고 하지만 그와 반대에 있는 사람도 대기병이라고 불렸다. 바로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을 칭하는 용어였다.

고참들의 의견하에 전역을 약 2주정도 남겨놨을 때 대기병이라고 칭하게 되는데 웃긴점은 대기병이 되면 더이상 선후임관계가 없어져 누구에게도 지시를 내릴수 없고 이등병하고도 반말을 하며 친구처럼 지낸다. 한마디로 '아저씨'(같은 중대소속이 아닌 사이, 선후임관계가 아닌 사이)와 같은 분류로 후임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더라도 다들 무시하고 놀림거리가 됐다.(너무 심하지는 않게) 사회에 미리 적응하라는 의미에서 생겨난 수송부만의 특이한 전통이었다.

수송부 생활은 꽤나 복잡했다. 보직이 편하면 내무생활이 빡세다는 얘기가 있는데 여기가 딱 그런케이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병이라고 다 편한 보직은 아니였지만 말이다.

총 2주간 대기병으로 생활할 우리들은 심하게 터치를 당하지 않고 있지만 2주뒤 대기가 풀리면 과연 어떤 생활이 우리들을 기다릴지 내심 두려워졌다.

Trackbacks 61 / Comments 6

  • 아~ 2010.07.06 17:04

    그렇군요! 제 남자친구도 운전병인데...이제 통화할 때 공감할 수 있는 공감대가 더 생긴 것 같아 좋아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흠... 2010.07.07 18:29

    특이하군요

  • 뭐야 이거.. 2010.07.10 23:01

    ..내년 3월 입대하는데...좀 걱정되네요...

  • 2010.07.11 23:47

    난 잘 지내다 온거구만. 같은 사단인것 같은데

  • Favicon of http://www.unny.com ftd montreal 2010.07.21 01:05

    대기병이 젤루 재밌네여

  • vcz 2010.09.28 21:40

    지금은 조금은 없어짐...
    뭐 이등병이 아니라 이등별이라는 소리가 나올정도로,,지금 이등병의 생활은...
    뭐 나도 윗군번고참보다는 편해서.울 부대는 울때가 바뀌기 시작하는 단걔라
    소위 말하는 옛군대..위처럼그런게 있었지만 울밑에는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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