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생활 행동강령] 군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액션'이라고?



일과 첫날. 빡센 정비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전투지원중대 인원들은 각기 따로 흩어져 선임들의 '시다'가 됐다. 딱히 정비를 배운 적 없는 우리들은 선임들의 잔심부름 등을 통해 그들을 도와주며 정비를 배웠는데 난 나보다 6개월 윗고참이었던 오일병을 도와주게 됐다.

오일병은 그 당시 A급이라고 불리우며 선임들에게 사랑을 받던 사람이었는데 그는 선임에게도 잘할 뿐 아니라 후임들도 잘 챙기는 착한 성품이었다. 그 사람과 첫 정비를 같이한 것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

우리는 운전석과 조수석 위를 가리고 있는 천이 산성비에 의해 부식된 것을 보수하는 정비를 했는데 정비를 하는 내내 오일병은 내가 말실수를 할 때에는 좋은 말로 타이르며 실수를 지적해줬고 나를 갈구거나 힘든 일을 시키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그는 나에게 군생활 팁에 대해 알려줬다.


"선임이 부르면 큰소리로 관등성명을 대고"

"네!"

"선임이 뭔가 시키면 적어도 선임이 보는 곳에서는 뛰어다녀야 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해도 되나? 라는 걱정이 조금이라도 들면 왠만하면 하지마"

"넵"
그리 빡세지 않은 정비를 하며 나는 여러가지 군생활 팁을 배웠다.

모든 선임이 이사람처럼 착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정비를 했다. 전 차량의 3분의 2정도를 보수했을 때 하루 일과가 끝났다. 이날 보수작업 진행을 50퍼센트 정도로 예상했으나 오일병의 칭찬이 나를 더욱 열심히 일하게 해줘 더 많은 일을 빠르게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연대생활 3일째 오늘도 오일병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었으나 어제 보수작업이 빨리 이뤄진 이유에서 오일병만이 그 보수 작업에 투입됐고 난 다른 정비에 투입됐다.

이번에 같이 일하게 된 선임은 오일병과는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꽤나 빡센 정비였는지 나와 내 동기가 이 사람의 보조를 맡게 됐다. 단순히 보수만 하면 되는 어제의 정비와는 다르게 이번 정비에는 많은 정비도구가 필요했다. 따라서 우리에게 정비도구를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많이 시켰는데 딱히 사람을 지목시켜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다.


"야 14-16 스페너 가져와"

난 어제 들었던 오일병의 어드바이스가 생각났고 그 말을 듣자마자 공구실로 달려갔다. 내 옆에 동기는 멀뚱멀뚱 서있었는데 이것이 반복되자 선임은 내 동기를 갈구기 시작했다.
"야 넌 뭐냐?"

"이병 XXX"

"넌 가만히 서있냐?"

"아닙니다"

"아니긴 뭘 아니야 내가 지금 4~5번 공구 가져오라고 했는데 너 몇번이나 갔냐?"

"...."

내 동기는 개념이 없었다. 내가 뛰어가니 자신은 그냥 편히 서있었고 내가 두세번 달려가 공구를 가져오자 아예 갈 생각도 안하고 멀뚱히 서 있었던 것이다. 그에 따라오는 것은 갈굼뿐.

"이 XX 완전 빠져가지고 한번도 안 갔다오네 군생활 편하다?"

"죄송합니다"

"가려고 했다는 액션이라도 취해야지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하고 야 이제부터 공구는 니가 다가져와"

"네"

그 다음부터 난 공구 심부름 대신 옆에서 정비를 배우며 선임에게 칭찬을 받았다.

"오~ A급인데?"

"아닙니다"

"아니긴 뭘 아니야 안가르쳐 줬는데 혼자 뛰어다니고 개념 좀 잡혔는데?"

"아닙니다"

그날부터 난 A급이라는 소문이 났고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부담감이 늘어 더욱 열심히 일을 해야만 했다.

'아 적당히 할껄'



내가 군생활 하던 04년도의 군대에서는 액션이 중요했다.
액션이란 선임 앞에서 오버해서 열심히 하는 행동을 뜻하는데 선임이 보기에 군기가 잡혀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다. 선임이 공구를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면 처음에는 달려가다가 선임이 나를 보지 못할 정도로 멀어지면 천천히 걸어가 공구를 빌린다. 그 다음 또 천천히 돌아오다가 선임이 보일 정도가 되면 달리는 것이 액션이라고 할 수 있다.


액션은 짬을 먹어서도 적용된다.
정비를 할 때 내 밑에 후임이 한두명 있다고 하더라도 선임이 공구 심부름을 시키면 '달려가는 척'을 해야된다. 그래야 내 밑에 애들도 더 먼저 가려고 액션을 취하고 선임도 나를 보며 "짬먹더니 편하다?" 라는 말은 안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후임에게 심부름을 시켰을 때 달려가 빨리 가져오는 모습을 기대하지 느릿느릿 걸어가는 것을 보고싶겠는가.

아직까지 이런 모습을 군대에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어느 정도의 '액션'은 남아있지 않을까?


Trackbacks 56 / Comments 6

  • Favicon of http://blog.naver.com/pass790512 als 2010.06.29 14:29

    내 군생활 최고의 액션은 선착순 하는데 앞에서 뛰다 넘어진 후임을 부축하면서 같이 뛴거
    나와 후임은 그 날 훈련 열외 ㅋㅋ
    지휘관이랑 고참들의 칭찬도 받고

  • ^^ 2010.06.29 21:41

    ㅎㅎㅎ.. 흔히들 아그션이라 하며 개념의 척도가 되었던...

  • 강미님ㅋ 2010.07.06 09:44

    역시 정도껏 해라.ㅋㅋㅋ 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군요.ㅋ

  • Favicon of http://www.edhardyclothing4cheap.com/ ed hardy purses 2010.07.07 10:35

    아직까지 이런 모습을 군대에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어느 정도의 '액션'은 남아있지 않을까?

  • ㅎㅎㅎ 2010.07.13 18:19

    als님은 액션이라도 개념 액션이네요. ^_^

  • vcz 2010.09.28 21:37

    먼가 하는척하면 안시킴/..
    그것도 눈치를 봐가면서..
    잘못하면 찍혀서 음..그뒤는 말안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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