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생활행동강령] 군대축구에서 포지션 결정하는 조건들은?


중대장님과의 면담이 끝나고 소대 배치를 받은건 금요일이었다.
소대로 짐을풀고 어쩌고 하니 벌써 밤이 됐고 다음날인 놀토가 아닌 토요일이었다. 때문에 선임들 대부분은 작업이나 근무를 스러 나갔고 난 혼자 내무실에 대기를 했다.


내무실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전화도 하고 화장실도 갔다오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선임들 한두명씩 내무실로 들어왔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을 해나가야 된다는게 싫었다. 그냥 본부소대에서 생활했다면 길진 않았지만 어느정도 친해진 선임들과 생활을 계속 할것 이었고 이렇게 꼬인군번도 되지 않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오늘부터 주말이 시작되고 월요일부터 수요일은 추석으로 3일을 쉬게 된다. 한마디로 5일동안 쉬는날인것이다. 어차피 난 대기병이라 계속 쉬는거였지만 혼자 내무실에서 눈치보며 쉬는것보다 다들 쉴때 같이 쉬는게 마음은 편했기에 추석이라는 연휴가 너무나도 기쁘게 다가왔다.

게다가 추석에는 체육대회등 여러가지 스케쥴이 있다니 선임들에게 잘보일 수 있는기회가 될것으로 기대 됐다.

토요일, 일요일이 지나고 추석 연휴 첫날인 월요일 체육대회가 시작됐다.
종목은 축구와 족구. 족구는 자신없었지만 축구는 자신이 있어 대회에 나가겠다는 참여의사를 밝혔고 수비수로 포지션을 받았다. 막내였기에 당연히 골키퍼를 볼 줄 알았으나 다행히도 골키퍼를 잘하는 사람이 있어 그나마 공을 발로 댈 수 있는 오른쪽 수비수를 맡게 됐다.


삐~~~~익
시작휘슬이 울려 퍼졌고 나는 바짝 긴장했다.
공격을 하다가 실수로 골을 못넣는 것보다 수비를 보다 실수로 골을 먹게되는게 더 욕을 많이 먹을것 같아서 필사적으로 공을 막았으며 기회가 좋을땐 하프라인을 넘어 센터링까지 했다. 이등병이 그것도 막내가 하프라인을 넘는것 자체가 개념이 없는 행동이었지만 오히려 날 미드필더로 올려줄만큼 내 실력을 인정해주고 포지션을 재 배치 해줬다.


확실히 수비수로 있을때보다 공을 만지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격포인트나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었고 간간히 골대 근처로 센터링을 하는게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전반이 종료 되 쉬는시간이 됐다.

다시한번 작전타임에 들어가 포지션을 재정비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나를 공격수로 넣어준다는 말을 듣게됐다. 학창시절에도 못해본 공격수를 지금 짬밥도 비리비리한 나에게 맡겨준다는 말이 인정받는것 같은 느낌에 좋긴 했지만 긴장이 됐다. 오른쪽 미드필더는 적당히 공을 끌고 가다가 패스를 해주면 되는 역할이지만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되는거 아닌가...

삐~~~~익

후반전을 알리는 두번째 휘슬이 울렸다.

나는 지금 필드 최전방에 와있다. 가운데는 아니지만 오른쪽에서 최전방, 골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였다. 처음엔 공격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괜히 골을 못넣었다간 욕을 먹을거 아닌가. 가급적이면 미드필더와 공격 중간 위치에서 가운데 공격수에게 어시스트를 해주며 플레이를 펼쳤다.
'실수하면 안된다... 실수하면 죽음이야'

우리팀이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실수를 한다면 그냥그냥 넘어가겠지만 지금상황은 1:0으로 우리가 쳐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이겨야지 내일 열리는 축구 결승에 올라갈 수 있고 결승에서 이겨야지 추석때 나오는 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기에 무조건 이겨야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 후반 막바지에 이르렀다. 난 그리 튀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슛도 때리지 않았고 적당한 어시스트도 몇번 이어줬기 때문에 그냥 '잘하네' 라는 평을 받기 좋은 정도였다. 아직 경기 스코어는 1:0 뒤지고 있는 상황 남은 시간은 5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체력이 빠진 우리팀은 요 십여분동안 제대로된 공격을 해보지 못했고 몇번의 실점상황에서 골키퍼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기곤 했다.


방금 있었던 상대팀의 코너킥이 막히고 골키퍼가 우리 공격수를 보고 노리는 패스가 내쪽으로 날아왔다. 위치는 하프라인 부근 나는 가슴으로 트리핑을 하여 앞으로 치고 나갔다 수비수는 4명 공격수는 3명 한번 해볼만한 상황에 나는 한명을 제치고 골대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러자 수비수 두명이 나를 가로막았고 가운데 공격수가 오른쪽으로 빠지며 패스신호를 보냈다.

패스를 하자마자 나를 가로막았던 수비수 두명이 그쪽으로 달려갔고 난 다시 앞쪽으로 달려나갔다. 방금 골을 전해받아 전진하던 선임이 나를 보더니 밑으로 까는 패스를 해줬다.

'마지막 기회다.. 여기서 넣어야 연장전에 간다...'

난 온몸에 힘을 줬다. 선임이 준 패스는 그리빠르지도 않았고 골키퍼에게 가깝지도 않은 환상의 패스였다. 난 볼이 오는 위치에 맞춰 뛰던 발걸음은 살짝 늦춘뒤 공과의 거리를 쟀다.

'이 골을 성공시키면 난 선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

왼발을 내딛고 오른발을 끌어당기며 공과의 거리를 잼 힘껏 찼다.

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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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발...

난 그 이후로 골키퍼 전문이 됐다.



Trackbacks 34 / Comments 5

  • ㅋㅋ 2010.06.08 15: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키퍼라도 하는게 참

  • Favicon of https://mimiworld.tistory.com 강미님ㅋ 2010.06.08 15:32 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헛발질대박 절묘한 타이밍

  • 군대스리가 2010.06.08 15:38

    이 이야기가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2010.06.08 17:36

    그냥 불참의 의사를 하시고 갈굼좀 당하고 끝나는게 어찌보면 좋을지도 몰랐겠군요..

  • 군대축구최고 2010.07.07 00:33

    흐아 해피엔딩을 기대하고 읽었지 말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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