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생활행동강령] 군대에서 지하수로 머리감으며 느낀 고통은?


자대 전입 후 첫 주말에 우리(나와 내 동기)는 다음주에  대대 전술훈련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야 너넨 드럽게 운도 없다 자대 오자마자 훈련이냐?"

"....."
우리가 낙심하고 있을 때 다른 선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병장님 얘들 훈련 안뛸지도 모르지 말입니다"

"어? 왜?"

"얘들 장구류 안받아서 훈련 못뜁니다"

장구류란 훈련에 필요한, 정확히 말하자면 전시(전쟁중)에 사용 될 기본개인 물품들이다.
총알로 부터 머리를 보호해주는
방탄헬맷(속된말로는 하이바), 탄창을 넣고 다닐 수 있는 X반도(X반도라는 말은 X밴드의 일본어식 표긴데 우리나라 말로 풀어서 얘기하자면 탄창집벨트라고 하는것이 좋을것 같다.), 모포, 전투복등을 넣어 갖고 다니는 군장, 화생방시 사용될 방독면이 있다.

훈련을 뛰려면 장구류와 총이 필요한데 갓 전입온 우리들에게 아직 아무것도 지급되지 않았고 그러한 이유에서 우리는 훈련 잔류로 결정됐다.

'ㅋㅋㅋ 다행이다'

티를 낼 수는 없었지만 훈련을 뛰지 않을거라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잔류가 결정되고 나서 문득 드는 의문이 한가지 있었다.

'잔류라면 우리는 어디서 지내는거지? 모두 훈련을 나간다면 우리만 두고 갈리는 없을테고 우리를 맡길만한 곳도 없는데..'

이것에 대한 답은 일요일 저녁에 밝혀졌다.

일주일 훈련동안 우리가 머무르게 될 곳은 전투지원중대의 전방이었다. 4.2" 소대 라고 불리는 이 곳은 산속 깊숙한곳에 컨테이너 박스로 지어진, 한개의 소대가 머물며 근무를 서는 곳이었다.

전투지원중대에는 4.2" 박격포(직경이 4.2인치인 박격포를 다루는)소대, 대전차소대(짚차에 무반동총(바주카포와 같은)을 탑재해 빠른기동력으로 전차를 격파하는 소대)그리고 중대본부소대가 있었는데 4.2" 박격포 소대가 몇 개월씩 돌아가며 전방소대로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우리를 태운 차량이 한참을 산속으로 들어가 전방소대에 내려줬다.

이미 해가 저물어 앞이 캄캄해져 있었는데 또다시 새로운 곳에 도착하니 온몸이 경직될 정도의 긴장감이 밀려왔다.

내무실에 들어서자 공기가 무거웠다.

그저께 처음 자대(본부소대)에 들어왔을때와는 다른, 더욱 무거운 분위기였다. 짬밥이 낮아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조차 찾아보기 힘들었고 내가 사회에서 들었던 군대이야기, 예전에 유명했던 플래시애니매이션에서의 군대이야기를 직접 보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4.2인치소대 즉 전방소대는 군기교육소라고 불릴정도로 무서운 곳이었다. 따로 독립된 소대이기 때문에 간부는 소대장과 부소대장밖에 없고 게다가 소대장이 업무로 인해 다른곳에 가있는 시간이 많아 간분의 눈을 피하기 쉬워 상병선들이 일,이등병들의 군기를 제대로 잡는 다는것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이후 바로 청소가 시작됐고 우리는 부랴부랴 짐을 풀고 한 선임을 따라 씻으러 밖으로 나갔다. 그다지 좋은 시설을 기대한건 아니었지만 이 샤워실(?)은 최악이었다. 샤워실이라고 하기 좀 뭐한 이 장소는 지하에서 올린듯한 수도꼭지에 호스가 달려있는게 끝이었다.

머리를 감으려 물을 틀었다. 나오는 물에 손을 대봤는데 지하에서 올라온 물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 이걸로 어떻게 머리를 감지?'

군대에서 샤워를 거르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대에서는 위생이 가장 중요하므로 내무실 청소도 자주하고 하루 1회 샤워를 꼭 해야 된다.

'에잇 어떻게든 되겠지'

호스를 들어 머리위에 올렸다. 물이 쫄쫄거리며 머리카락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머리가 쪼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 했다. 대충 머리를 물에 적신뒤 비누칠을 했다. 머리에 비누칠을 하는동안 손으로 머리를 녹였다. 아직도 뇌는 얼어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이제 헹궈야 되는데...'

머리에 물을 적시는건 별거아니었고 헹구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비누칠을 하기 전에 머리에 물을 소량만 적셔도 되지만 헹구는건 수십배의 물이 더 필요했고 그만큼 더 오랜시간 이 얼음같은 물을 머리에 대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었다.
"으으으으윽"

"끄윽"

"끼아악아아악아아아아아악"

"으으으으으으으으"

.

.

.

지옥의 5분이 지나갔다. 머리에 물을 뿌리다 한동안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소리를 내는 행동을 수십회 반복한 뒤 악몽같은 시간이 지나갔고 뒤를 돌았을 때 내뒤에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동기가 뭐 그런걸로 그러냐는 듯이 비웃고있다.

"어디서 엄살이야 엄살이 빨랑나와"

동기는 내가 장난친줄 알고 있었다. 아직 겨울도 아닌데(9월 중순) 물이 차가워 봐야 얼마나 차갑겠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어디 지옥을 경험해봐라'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동기를 지켜봤다. 물을 머리에 뿌린후 정확히 5초후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Trackbacks 54 / Comments 11

  • 진짜 찬물은 2010.05.04 12:5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어떻게 씻지 진짜.ㅋㅋㅋ 예전에 저도 온수 끊겼을 때.ㅋㅋ 모르고 샤워기 머리에 댔다가.ㅋㅋㅋㅋㅋㅋㅋㅋ 주저앉음ㅋㅋㅋㅋㅋㅋㅋ

  • als 2010.05.04 13:36

    저희부대도 아에 온수 시설이 없었음, 거기에 샤워시설도 없구..
    수도꼭지에 세대대야 받아다가 씻는데, 물 받는 동안 체온 다 식고.. 몸에서는 김이 나고 ㅠ-ㅠ

  • 그런가요 2010.05.04 15:02

    저흰 씻는걸로 감사했는데..
    확인 받아야 하니까 물만 묻히라던 고참과(시간 없어서) 무조건 점호 준비 마치라는 기율 -_-
    이병때의 일상이였죠 아놔

  • ㅋㅋ 2010.05.04 15:16

    무슨느낌인지 알거가태ㅎㅎㅎㅎㅎㅎ

  • Felix 2010.05.04 18:31

    전 강원도 고성 XX사단에서 복무했는데
    군대는 뜨거운물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그 시간을 놓치면
    한겨울에도 가끔 차가운 물로 씻곤 했습니다.
    두개골이 쪼개질것 같은 느낌이란게 어떤건지 처절하게 느껴지더군요.
    느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머리를 담그면
    순간 머리속이 띠~~~ 아무런 생각이 안나면서 두개골이 쪼개질것 같습니다.
    아~ 옛날 생각나네요.^^;

  • 아나 ㅋ 2010.05.04 21:29

    공감 1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seze7812 2010.05.08 10:38

    저 머리가 깨지는 고통 감아본 사람만 안다는....
    .
    차갑다가 아니라 아프다라는....

  • Favicon of https://caskers.tistory.com Casker 2010.05.14 10:53 신고

    ㅋㅋㅋ "머리 깨지는 아픔" 이죠......ㅋㅋ 공감합니다.

  • angelshia 2010.06.17 03:25

    GOP근무했을때... 겨울에. 한창 추울때.. 영하 10~20도 정도 되었을때였나??
    갑자기 소초내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온수가 안나오게 된겁니다...;;;
    GOP특성상.. 근무 마치고 오면.. 아무리 추워도 땀에 쩔어있기 마련이라.. 샤워를 안할수 없는데..
    소초가 구막사여서.. 샤워실이 실외에 컨테이너식으로 따로 있는 식이여서..;;;;
    영하 20도에 실외 컨테이너에서 얼음물로 샤워를 했을때 고통은..;;; 정말 ㅋㅋㅋㅋ

  • vcz 2010.09.28 21:23

    정말 아프다는 말이 실감이..제대로임..
    샤워해서 몸에 뿌리면 몸이맞은듯 뻘겋게...ㅡㅡ;

  • Favicon of http://computerscience.thesiswritingservice.com/technical-writing-company/ product description writer 2012.12.19 20:26

    아무것도 친구에게 개인 편지의 형태로, 종이에 명확하고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을 작성하는 필요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절대적으로 실망하지 않습니다 또는, 대학 응용 프로그램에 필요한 목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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