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생활 행동강령] 화생방 훈련에서 가장 필요한 건 휴지?



처음으로 들어가 조가 화생방교육을 받고 나온 모습은 처참했다.
기침은 물론 헛구역질을 해대며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온몸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모두 물이 쏟아져 나온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눈물 콧물 침을 흘려가며 조교의 지시에 따라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덜컥 겁이 밀려왔다.



'아..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화생방을 하는게 편하겠다..'

5분남짓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자 우리들의 태도는 180도 변해 있었다. 얼마나 빡세겠느냐 그래봐야 몇 분이지 않느냐 라는 자신만만하던 우리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시한부의 인생을 사는 사람마냥 절망에 빠져있었다.

이윽고 2번째 조가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야 우리는 몇번째 조쯤 될까??"
옆에 서 있던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동기가 물었다.

"그.. 글쎄 줄로봐선 중간쯤인데 한 10몇번째 조 아닐까?"

"아.. 차라리 지금바로 들어가서 훈련받고싶다....."

2번째조, 3번째 조를 제외한 조들은 전부 빨리 해치워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것이다.

시간은 흘러 한 조 한 조 훈련을 끝마쳤고 우리 조 차례가 서서히 다가 왔다. 긴장이돼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어렸을 적 처음으로 독수리 요새를 타러 기다렸을때와는 차원이 틀린 긴장감이었다. 화생방 훈련에 호기심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건 아까 조교 말대로 첫조가 아니니 그나마 가스가 약하겠지?'

'그래 그래도 첫조보단 낫고 우리 앞조보단 나은 상황이다.'

앞에 두 주 가량 남았을때였다 갑자기 화생방실에서 소란이 피워졌다. 누군가가 화생방 가스를 참지못하고 뛰쳐 나오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밖에서 문을 막고 있던 조교는 안에서 미는 힘에 밀려 뒤로 내동그라 졌고 문이열렸다.

안에서 뛰어나온 사람은 바로 우리소대 "형"이라고 불리우는 나이많은 형이었다. 비교적 거구였던 형이었는데 거대한 체구를 갖고 있어 그를 막기에 조교 한두명으론 역부족이었나보다. 덕분에 화생방 훈련은 잠시 중단이 됐고 형을 말리던 여 교관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 형을 막으려다가 방독면이 벗겨졌고 여 교관 역시 가스를 마시게 됐던 것이다.
몇분이 지났을까 상황은 금방 수습 됐고 다시 훈련이 시작 됐다. 우리 앞조가 들어갔고 우리에게 방독면이 지급됐다.

내가 화생방훈련받던 당시에 방독변을 개인 지급해 주지 않았고 3~4개 조 분량을 돌려가며 썼는데 방독면 상태가 정말 최악이었다. 화생방실에서 방독면을 완전히 벗지 않고 정화통(가스를 걸러주는 통)만을 분리 시켜 앞에 했던 동기의 눈물 콧물 등이 방독면에 그대로 묻어있었던 것이다.

다행인것은 혹시 몰라 건빵주머니에 휴지를 챙겨 왔다는것 이었는데 꽤 많은 양을 가져와 주변 동기들에게도 나눠 줬다.


오물(?)을 닦아내고 방독면을 찼는데 방독면 내에 미량의 가스가 남아있어 눈을 따갑게 찌르는 느낌이었다. 방독면을 모두 찬 뒤에 팔벌려 뛰기를 실시 했다. 숨을 가쁘게 만들어 화생방 가스를 많이 마시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몇분이나 했을까 앞 조가 화생방 실에서 나갔고 우리가 화생방실로 들어갔다.


방독면을 차고 있어서 앞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앞에는 여 교관과 2명의 조교가 있었고 우리는 양옆으로 일자로 서서 지시를 기다렸다.

'두근 두근'
가슴이 떨렸다. 과연 그 독하다는 화생방훈련 어떤 느낌일까? 두렵다..

우리에게 지시를 내리려던 여 교관은 우리에게 방독면을 벗으라고 하려다 말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상자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다름아닌 화생방가스를 만드는 약. 화생방약을 꺼내들더니 이내 달궈진 판에다가 뿌렸다. 좀전과는 비교 할 수 없을정도로 가스가 실내에 가득 찼다. 아까의 소란으로 인해 가스가 상당 량 밖으로 유출 됐고 너무 적다는 판단하에 가스를 더 만들어 낸것. 뿌연 정도를 따지자면 아까의 3배는 돼보였다. 아 이렇게 운이 없을 수 있나.

이건 처음 가장 독할때의 가스 + 잔여 가스 가 돼 최악인것이 아닌가....

'아... 망했다...'


Trackbacks 0 / Comments 5

  • Favicon of http://zilpoongnodo.com 질풍마스터 2010.03.09 12:03 신고

    하하!! 훈련소때 앞서 들어간 서너 명의 동기들이 가스먹고 미친듯이
    날뛰는 바람에 훈련이 중지돼 마지막 조인 저는 화생방을 안받았죠.
    자대가서 유격때 받긴 했지만요.ㅋㅋ

  • Favicon of https://realog.net 악랄가츠 2010.03.09 23:28 신고

    흑.. 타이밍의 중요성! ㄷㄷㄷ
    군대에서 절실히 배웠습니다!

  • 난뭘까 2010.03.10 10:33

    훈련소 때는 심한 목감기로 열외...
    두번의 유격은 검열로 열외....
    화생방의 화자도 모른다는....ㅠ

  • adonis 2010.03.10 22:04

    ...... 최악의 타이밍... 근데 이럴경우 빨리 내보내 주는 경우도 가끔 있다는

  • vcz 2010.09.28 21:14

    음 화생방 훈련병끝나자마자 자대갓는데 유격..100일휴가전 두번 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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