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생활 행동강령] 화생방 훈련이 주는 교훈은?


독감에 걸려 편도선이 붓고 열이 40도까지 올라 며칠을 의무대에서 누워있었다. 입맛도 없는데다가 편도선이 심하게 부어 물조차 넘기기 힘들 정도로 많이 아팠는데, 처음에는 훈련을 받지않고 누워 있는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았다. 퇴소할 때까지 이렇게 누워만 있다가 자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것도 잠시 열이 점점 높아지고 상태가 안좋아지자 차라리 이렇게 아픈 것보다 힘들게 훈련을 받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무대 입실 첫째날은 상태가 그나마 괜찮았지만, 2~3일째에는 열이 40도를 웃돌아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는데 밤새 기침 좀 그만하라는 의무병들의 갈굼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4일째 열이 약간내려 몸상태가 조금 호전되자 퇴실을 한 뒤 훈련을 받겠다고 나섰고 의무대원들은 흔쾌히(?) 나를 퇴실시켜줬다.

퇴실하자마자 내무실로 올라왔는데 이미 훈련은 시작되어 있었고 훈련이 끝날때까지 대기를 했다가 그 다음 훈련부터 복귀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고 우리는 가장 고통스럽다는 '화생방훈련'을 받게 됐다.

'으악~ 며칠만 더 입실할껄 괜히 퇴실한다고했어~ ㅜㅜ'

그랬다! 난 지지리 운도 없는 놈이었다. 입실해 있을 때에는 덜배운 널널한 총검술훈련을 마저 배웠고 퇴실하자마자 기다린것은 악명높은 화생방훈련이었다.

'감기가 덜 낫아서 못하겠다고 할까?'


화생방훈련의 악명은 익히들어 잘 알고 있었다. 어렸을적 군부대에 방문한적이 있었는데 화생방이 다끝나고난 뒤(며칠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스실에 들어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 가스도 없고 화생방 훈련을 한지 한참 지난것 같았는데도 눈과 코가 따가워 들어간지 얼마 되지않아 밖으로 나올수 밖에 없었다. 그때 같이 갔던 분께서 화생방은 이거랑 비교도 안된다며, 일초도 버티기 힘들거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조를 나누어 화생방 가스실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우리소대 조교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었다. 화생방훈련은 가장 먼저하는 조가 제일 안좋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인 즉슨 화생방을 하게 되면 화생방약을 후라이팬 같은곳에 달궈 증발시키는데 그때 가스 농도가 가장 높아 독하다는 것이었다. 한조, 두조 들락날락 할때마다 가스가 조금 씩 세어나와 그만큼 덜지독해져 늦게할수록 비교적 편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미 첫조가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을때라 우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적어도 쟤들보다 빡세진 않을거 아닌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우린 첫조의 훈련을 지켜봤다. 가스실에서는 아직 가스를 터트리지 않은듯 보였고 첫조는 들어가기전에 열심히 팔벌려 뛰기를 하고 있었다. 숨을 가쁘게해 더 고통스럽게 할 작정이었다.


잠시후 가스실에서 하얀가스들이 조금씩 새어나왔고 명령을 받은 조교가 첫조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

의외로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자 우리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야! 이거 생각보다 덜빡센거 아냐?"

"ㅋㅋㅋ 그런가? 왜 군대갔다온 형들보면 허세 쩔잖아~ 버틸만한데 괜히 있어보이려고 그랬나봐~"


"에이~ 뭐야 ㅋㅋ 나도 나중에 전역하고 그러겠지?"


"그래! 한 700일 후엔 그렇겠지!"

"......"

"......"

"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젠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으헝ㅎ엉허엏엏엉ㅎ엉ㅎ ㅋㅋㅋㅋㅋㅋㅋㅋ"

참으로 슬픈얘기였다. 왜 그런얘기를 꺼냈는지 알 수 없었다. 이건 306에서 하룻밤 자고나서 아~ 이제 729일 남았네~ 드립 이후로 가장 슬픈이야기였다.

그렇게 잠깐 동기들이 웅성거리고 있을때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기침소리 고함소리 마치 헬게이트가 살짝열려 들리는 소리와도 비슷했다. '안에서 고문이라도 하는것인가? 어쩜 저렇게 괴로운 소리를 낼수 있는것인가?'

그 소리를 들은 우리 모두는 얼음장처럼 굳어 있었다. '차라리 저 소리를 듣지 않았다면, 처음으로 해서 빨리 끝내버렸다면...' 이라는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도대체 안에서는 무슨 일이 얼어나고 있는것인가?'


군대에서 가장 빡세다는 화생방훈련. 화생방훈련을 하는 목적은?

군대에 예비역이있다면 한번쯤은 들어봤을만한 훈련! 화생방 훈련!!! 그들은 왜 화생방훈련 얘기를 하는가? 이유는 정말 빡센 훈련이기 때문이다. 빡센정도가 아니다. '정말 죽을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힘들다.

그런데 왜 굳이 화생방 훈련을 하는것일까? 아마 한번쯤은 이런 의문을 가져봤을것이다. '화생방 가스가 있는 곳에서 역한 것을 왜 참아가며 버티는거지? 면역력을 기르려고 하는것인가? 전쟁이나면 마시자마자 죽을 수도 있는 화생방무기가 있는데 면역을 키워서 뭐해? 게다가 면역을 키울수 있어?'

누구나 이러한 의문들을 가질수 있다. 화생방 무기가 터지면 그 가스를 마시지 말아야하는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훈련소에서 일부러 화생방가스(무기용이 아닌, 생명에 지장이 없는 가스)를 마시게 하는걸까?


그 이유는 바로 가스의 독성분을 걸러주는 방독면의 소중함과 성능을  알려주는것과 동시에 화생방 무기가 터졌을 때 최대한 빨리 방독면을 써야된다는것을 각성시키기 위한 것이다. 전쟁이나면 언제 어디서 가스가 터질지 모른다. 지금 체험하고 있는 화생방 가스보다 더욱 위험한 가스가 퍼질것이고 1초라도 늦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기에 미리 조금이나마 체험을 시켜주는것이다.


Trackbacks 0 / Comments 5

  • Favicon of https://allegrodimolto.tistory.com Allegro Di Molto 2010.02.23 14:11 신고

    군대가기 전에 참고할께요..

    화생방은 너무 유명해서 ㅠㅠ

  • V 2010.02.27 21:11

    저두 참고할게요ㅠㅠ

  • 또리얌 2010.03.05 09:42

    퍼갈께요~ ㅎㅎ

  • 방독면 분실자 2010.04.20 20:41

    '화생방 한번 할래, 행군 두번 할래?'
    라고 묻는다면
    소대장은 차라리 '행군을 두번한다고 하겠다.'
    며 화생방의 위력을 어필했던 신교대 소대장...

  • vcz 2010.09.27 23:05

    정말 화생방은 실탕..지금생각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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