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생활 행동강령] 야간행군 후에 느끼는 전율...


주간행군을 한 다다음날. 야간행군 스케쥴이 잡혀 있었다. 야간행군을 할 것이라는 조교의 말에 우리는 모두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이틀 전에 실시한 주간행군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두배이상의 거리를 하는 야간행군은 과연 어떨까? 시작도 하기 전에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저녁시간에 온통 야간행군에 관한 이야기만 돌기 시작했다.

"아~ 야간 행군 어떻게 하냐.."
"정말 토나온다! 8시간 걷는다고 했지?"
"어~ 더 걸을 수도 있을거라던데.. 잠은 언제 자?"
"..."
"..."



"에휴.. 암튼 행군대비나 해놓자~!"

저녁을 먹고난 뒤 내무실로 돌아와 주간행군과 마찬가지로 군장을 싸기 시작했다. 군장을 다시 싸면서 느낀거지만 역시 20kg 군장은 무거웠다. 주간행군을 할 때처럼 연병장으로 집합한 우리들은 건빵과 초코바등 몇몇 먹을거리를 지급 받았다.

드디어 야간행군 시작~!


여름이라 그런지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상태였고 서서히 지는 해를 보며 우리는 한걸음 한걸음 내딛었다. 1~2시간은 걸을만 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통일전망대! 왕복 약 40km가 넘는 거리였다.

40km라는 말에 질겁하기도 했지만 문득 마라토너들이 생각났다. 우리들이 쩔쩔 매는 40km보다 더한 42.195km를 평균 100미터 15초로 뛰는 마라토너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군장을 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40km를 쉬지않고 뛰다니 정말 대단하다..!!!'

주간행군과 마찬가지로 군가와 번호를 붙이며 지루한 시간을 떼우며 행군을 했다. 그나마 해가 지지 않았을 때에는 볼 것들이 많아서 덜 지루했다. 지뢰구역이라는 표시와 잘못하면 지뢰를 밟을 수도 있다는 포스터도 눈에 띠었다. 잔인하게 그린 포스터가 경각심을 일으켰다.

'3시간쯤 걸었을까?' 해가져 어둑해지고 서서히 체력이 떨어짐을 느꼈다. 다리가 점점 무거워졌고, 아까 받았던 건빵과 초코바도 거의 바닥이 나 더 힘들게 느껴졌다. 더이상 걸을수 없을 것 같았다. 욕을 먹더라도 낙오를 해서 뒤에 따라오는 의무대 차량에 몸을 맡기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것이 무척이나 아깝게 느꼈졌다. '남자라면 한번해보자!' 라는 오기에 어찌어찌 4시간정도가 흘렀고 반환점에 도착했다. 반환점에서 쉬고 있을 때 컵라면 지원이 나왔다.

"와~~ 컵라면이다! 훈련소에서 라면을 먹게 될 줄이야~!"


훈련소에서는 라면이 지급되지 않는다. 후에 자대에 갔을때 훈련소에서 라면을 줬다는 동기도 있었지만 나는 라면을 볼 수 없었고 행군을 하면서 받은 육개장 컵라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살면서 그렇게 맛있는 라면은 먹어본 적이 없었다.

라면을 먹고 30분정도 지났을때 다시 자대로 복귀하는 행군을 하기 시작했다. 1시간정도 행군을 하고 있을 무렵 휴식시간에 차가 한대 오더니 음료수와 얼음물을 지급해줬다.

체력이 고갈이나 더이상 힘들어서 못걷겠다고 느낄 때쯤 얼음물과 음료수 지원이 나온 것이다. 정말 힘들어서 낙오할때쯤 되면 간식 같은 것을 하나씩 하나씩 주는것이라고 느낄만큼 적절한 시기에 사소한 것들이 우리의 사기를 북돋아주었다. 이런게 없었다면 아마 낙오하는 훈련병이 많았을 것이다.

7시간여 지났을때 여태까지는 1시간 행군 10분 휴식을 하며 이동을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1시간을 행군했는데도 쉬지 않는 것이었다. 1시간 10분이 지나도 쉬지를 않자 언제 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급 피로감이 느껴졌다.


'아~ 왜 안쉬는거야... 더이상 못걷겠어..!'

1시간 20분이 지나도 쉬지 않았다..

'사.. 사람 살려~ 다리를 움직이기도 힘들어..'

1시간 30분쯤됐을때 마침내 쉬었는데 내막을 알고보니 마지막 고지를 오르기 위해 그 앞까지 쉬지 않고 도달한 뒤 그 고지를 넘으려는 것이었다.(어중간하게 쉬었다가 고지를 오를때 낙오자가 많이 생길 우려 때문이었다.)

눈앞에는 경사가 70도는 될 듯한 도로가 등장했다. 조교에 말에 의하면 이 고지가 지름길이긴 하지만 왠만해서는 차로 잘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가파른 경사에 의해 사고가 자주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지를 오르기 시작했다. 이 고지만 넘으면 훈련소로 복귀한다는 생각에 이를 꽉 깨물고 올라갔다. 다리가 천근만근처럼 느껴졌다. 안그래도 다리에 힘이 없는데 이렇게 높은 경사를 오르라니 차라리 1시간을 더 걷더라도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지의 정상에 도착했지만 한가지 관문이 더 남아있었다. 바로 내리막길. 내리막길은 오르막길보다 발바닥에 더욱 치명적이었다. 무거운 군장을 메고 내려가다보면 발바닥이 미끄러져 마찰이 심해지는것. 그렇게 10여분을 내려와 우리는 훈련소로 복귀했다.

시간은 새벽 3시 우리는 훈련소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조교없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행복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행군을 해냈다는 것이 추후 사회에 나가 무슨일을 하든 인내를 가지고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Trackbacks 0 / Comments 14

  • Favicon of https://semiye.com 세미예 2009.12.15 10:11 신고

    야간행군 참 고역입니다. 그 고역을 통해 훌륭한 군인으로 태어나겠죠.
    정말 우리나라 국군장병 여러분 고생많습니다.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 Favicon of https://nightsforu.tistory.com 행복워니 2009.12.15 10:48 신고

    오래 걸으셨군요.. 육군훈련소는 25km 정도밖에 안걸었습니다..
    복귀 했을 때는 성취감이나 만족 이런 것 보다.. 제발 빨리 쉬었으면..ㅠ_ㅜ

    하는 생각이 간절했답니다. ㅎㅎ

  • 흠.. 2009.12.15 11:34

    26사단 훈련소는 행군출발때 부식 같은거 안주던데....
    논산훈련소는 주는 가요...?
    행군 중에 빵2개 + 맛스타가 다 였는데..
    그것도 야간에만..
    요즘은 주는감../

  • Favicon of https://cdmanii.com 씨디맨 2009.12.15 13:21 신고

    저도 못먹어본거같은데 .. 요즘은 많이 좋아진거같네요. 저는 몰래 구한 초코바 몰래몰래 꺼내서먹었던기억이.. 들키면 초죽음이죠 ㅋ

  • Favicon of https://iconiron.tistory.com 레오 ™ 2009.12.15 13:41 신고

    훈련소에서 행군 한지가 오래됬군요 ^^ 얘기를 들어보니 논산인듯 ..

  • 논산이었는데 2009.12.15 14:15

    한 3년 못되는 여름에 야간 행군때 자비로 대량 구입한 작은 포카리 한병씩 들고 돌았습니다
    비가 고이지 않을 정도로 내린 후라 걸을 만했는데 돌고 돌아도 부대로 복귀할 생각을 안하더군요..
    발바닥이 얼얼 해져가는데...... 문 몇개를 지나쳐 복귀하고
    컵라면 비슷한 쌀국수 대강 불린거 씹어 먹었네요
    여름이고 자기 대원이 아니다보니까 훈련소에서는 참 배려를 많이 해주더군요
    그땐 행군 중에 뭐 먹을 생각을 못했네요

  • 50사단은!? 2009.12.16 01:03

    50사단은 왜 물밖에 안주는거야???!!!맛스타 하나줬구나 ㅠㅠ
    훈련병때 발목접질러서 절뚝거리니깐 뒤에 소대장이 머이런XX같은놈이 있냐고 야단치길래
    억울하고 오기가 생겨서 그상태로 계속걸었던 기억이...ㅋㅋ지금 생각하면 참 난 잘참았구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 전ㅋ역ㅋ자ㅋ 2009.12.18 00:24

    진짜 행군은 마지막 1시간이 젤 힘듦... 정신을 놓고 싶을 정도...ㅋㅋㅋ 근데 슈ㅣ발 우린 2시 반 즘 복귀였는데 복귀하고 또 닭죽 처먹고 이지랄 =_= 게다가 배식조 크리티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이상하게 12시까지 자는데 꿀잠인 기억이 나네...ㅋㅋㅋ

  • 박종원 2009.12.19 17:02

    컵라면은.... 일과시간 이후 훈련을 할때 꼭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 그르르 2010.01.19 15:41

    그리고 훈련병은 자대에서 유격복귀행군을 하는데..

  • 또리얌 2010.03.05 09:51

    유익한내용!! 감사해요~~ㅎㅎ 퍼갑니당

  • 꼬우 2010.09.02 14:06

    육군훈련소 1월군번입니다. 주간행군 15km, 야간행군 30km 입니다. 야간행군 군장매고 막사에서 훈련소 입구까지 가는데만도 숨이 턱턱막히더군요. 날도추워서 힘들게 걷다가 또 쉬면 땀식어서 오들오들 떨리고 힘들어 뒈지겠는데 군가 시키고.. 먹을건 건빵에 맛스타 하나 줬었습니다.
    처음엔 건빵먹엇는데 나중엔 급 목이 말라지면서 물만 먹엇죠..

    논산육군훈련소는 행군중에는 별도의 부식제공없엇습니다. 다만 막사까지 복귀하고나서 컵라면육개장 하나 끓여줬죠. 근데 전 목이 엄청나게 말라서 억지로 먹엇죠. 남기면 안되니까

  • 전초 2010.09.04 14:25

    21사 산악행군 아 생각난다....

  • vcz 2010.09.27 23:01

    야간행군후..다른 기수 훈련병...거의 자대가면 동기거나 후임인..훈련병들의 박수 받은기억이..아직도 나는구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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