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생활 행동강령] 훈련소 편지의 소중함...


훈련소에서 두번째 일요일.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오전에 종교행사를 했다. 역시나 종교행사 끝나고 주는 초코파이는 너무 맛있었다. 사회에서는 정말 '줘도 안먹는다'고 했던 초코파이가 이렇게나 맛있다니...


720일 가량 남은 군생활을 끝내고 전역하면(벌써부터 꿈도 크다) 냉동실에 초코파이를 가득 채워놓고 매일매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초코파이를 단숨에 먹었다.

이번에는 지난주보다 교회에 온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유인즉, 지난 주 성당에서(천주교) 초코파이와 냉커피까지 줬다는 소문에 그 쪽으로 간 훈련병이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천주교 성당은 다른 연대나 대대에는 없어 일반 천주교 병사들이 미사를 드리기 위해 신교대(신병교육대대, 훈련소)로 오는데 신교대로 온 일반병사들이 담배를 나눠 준다는 소문도 천주교쪽으로 훈련병들이 모이는 것에 일조했을 것이다.

그렇게 종교행사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다시 내무실로 향했다. 오늘도 지난주와 같이 편지를 쓰는 등 개인정비를 했는데 한참을 편지를 쓰고 있을때 조교가 내무실로 들어왔다.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가 왔다는 말에 우리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편지를 부쳤는데, '과연 내  답장편지가 저기 있을까?'

사회에 있을 때에는 편지를 써본 적이 거의 없었다. 있어봐야 어버이날, 스승의 날때 직접 드리는 편지였고 우표를 붙여서 편지를 보내본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답장의 기다림을 한번도 느끼지 못했었지만, 군대에와서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답장을 기다린다는 것은 정말 색달랐다.

'제발.... 편지가 있기를..."

조교가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름이 불릴때 마다 답장이 온 동기는 뛰어나가 편지를 받았고 바로 뜯어서 읽기 시작했다.

반 이상을 나눠줬는데 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아... 답장이 없는건가'


절망하고 있을 무렵 조교가 내 이름을 호명했다
"28번 훈련병 이슬기!"

난 관등성명을 대고 뛰쳐 나갔다
"28번 훈련병! 이! 슬! 기!"

기뻤다.

이윽고 2통의 편지를 더 받았다.

2통은 어머니한테서, 1통은 누나한테서 온 편지였다. 지난주에 한 편지 봉투에 어머니, 아버지, 누나한테 쓴 편지를 한꺼번에 보내서 답장이 여러개 온 것이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자리로 돌아와 편지를 뜯어봤다.


어머니 편지는 나중에 읽으려고 누나 편지먼저 뜯었다. 장난기가 섞인 편지였다. 생활은 어떠냐는 둥, 살만하냐는 둥 평소에 누나가 말하는게 귓가에 생생히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동생은 이렇게 고생하는데 장난식으로 보내냐며 원망의 마음도 들었다.

누나의 편지를 다 읽고 어머니의 편지를 뜯었다. 어머니의 손글씨가 보였다.

'ㅋ 엄마 글씨가 원래 이렇게 못생겼었나'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무슨 단어인지 몰라 헤매기도 했다.

한줄 두줄 내려갈 수록 눈 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편지내용은 온통 못난 자식을 걱정하는 내용들만 있었다. 군대오기전 어머니께 반항하며 말도 잘 안듣고, 짜증냈던 일들이 떠오르며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ㅠ 어머니...'


눈이 빨갛게 충혈됐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왠지 창피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살짝고개를 들어 편지를 읽는 동기들을 봤다. 모두 나와 비슷한 심정인 것 같았다. 코를 훌쩍이는 동기들도 있었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동기들도 있었다.

군대오면 철든다더니 부모님의 사랑은 군대에 와서야 느끼는구나. 군생활 하루하루가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Trackbacks 0 / Comments 12

  • Favicon of http://minjine.kr/story 뽀글 2009.11.24 10:42

    군대가면 유난히 가족에사랑을 느낀다죠.. 울동생도 군대에서는 제가 보고싶어죽겠느니..사랑을 하느니..
    하더니 제대후.. 편지는 커녕 전화해도 씹는다는^^;;; 그래도 이뻐요.. 멀리있어서 그런것도 한번느껴보고..
    천주교는 먹을것을 더주는군요.. 아~ 경쟁이 심하겠어요^^;;
    슬픈이야기인데.. 그냥 상상을 하니..조금웃음이^^;; 참 주책바가지죠^^;;

  • 햄토리 2009.11.24 13:52

    그런데....머리가 넘 길어요...

    그것만 수정되면....좋은 얘기네요.

  • 지나가다가 2009.11.24 15:41

    아 생각하네..
    편지읽고 뒤돌아서 관물대를 정리 했지..
    눈물 보이기 싫어서..

  • Favicon of http://tasteblog.co.kr/42 꿀맛 2009.11.25 17:46

    따뜻한 글이네요.
    군대에 맛있는것좀 사서
    면회 많이 가야겠어요.

  • 2009.11.25 19:09

    요즘은 면회 가고 싶어도 못간다는...-_-
    은꼼님 툰처럼 신종플루땜에... ㅎㄷㄷㄷ...

  • 베스트 2009.12.10 16:01

    그러게요.. 이제는 해제됐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편지가 어찌나 절절하고 애틋하게
    원해지던지.. 정말 그 복잡미묘한 기분이란..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편지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 편지 받을 때 기분..

  • 12.14 입소여친 2009.12.15 21:26

    남친이 어제 입소해서. 편지 써 놓고는 있는데 주소가 안 나오네요. 편지 여러개 써서 한번에 보내는거 하고 여러번 보내는 거 하고 어떤게 더 좋을까요?

    • 삼치참치 2009.12.16 00:00

      매일매일 훈련소 퇴소 할때까지 끊임없이 보내주는게 제일 좋은거 같아요^^* 하루라도 못 받으면 속상해하더라구여..저는 하루에 하나에서 두통~많으면 세통씩 보내주었어염~

  • 전ㅋ역ㅋ자ㅋ 2009.12.18 00:18

    원래 이런 편지는 화장실 가서 혼자 보는 거임...ㅇㅇ

  • 또리얌 2010.03.05 09:40

    맛있어보이네요~ 퍼갈꼐요

  • 생각나네 2010.05.20 17:20

    군에서 부모편지를 받고난후 편지읽지못하고 부모생각에 눈물을 보일때도있음 ㅠㅜ
    사회가도 안울었는데 ㅠㅜ 군에가면 부모생각나서 눈물보임

  • 고2 2010.08.21 09:48

    부모님께 더 잘해야겟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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