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인사이드 [ 4 ] 맞수에게 이식 된 심장

롤스로이스 인사이드 [ 4 ] 맞수에게 이식 된 심장



제2차 대전당시 유럽 하늘의 맞수라면 당연히 독일의 Bf 109와 영국의 스핏화이어다. 이들의 심장은 현재도 정밀기계공업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다임러벤츠와 롤스로이스가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명품들이었다. 특히 스핏화이어에 공급된 멀린은 P-51의 심장이기도 한 당대 최고의 피스톤엔진이었다. 최고의 전략 물자인 멀린이 미국에게도 공급될 수 있었던 것은 영국과 미국의 동맹관계 때문이었다.



[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원한 맞수로 너무나 유명한 스핏화이어와 Bf 109 ]


그런데 하늘의 호적수이자 맞수였던 Bf 109의 심장으로 한때 멀린이 달렸던 적이 있었다. 멀린의 전작인 케스트랄이 Bf 109가 인큐베이터에 있었을 때, 임시 심장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고 앞서 소개하였지만 정식으로 제식화 된 Bf 109에 그것도 적대국의 최고 전략물자인 멀린이 탑재되었다면 그것은 상당히 의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조금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 최근에도 에어쇼에서 시법 비행을 하는 라이벌들 ]


제2차 대전 중에는 대외적으로는 중립을 표방하였지만 1936~1939년에 벌어졌던 내전 동안 독일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이념적으로도 막역한 관계였던 스페인은 자국군용 전투기로 독일의 Bf 109를 선정하였다. 독일은 잠재적인 추축국 가담 대상으로 여기고 있던 스페인에게 오늘날 자동차 무역 분야에 많이 사용되는 CKD(완전분해 제품 발주)방식처럼 부품을 공급하여 스페인에서 기체를 조립 생산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 스페인은 내전 당시 Bf 109가 최초로 실전 투입된 곳이기도 하다 ]


스페인의 이스파노 항공(Hispano Aviacion)社는 남부 세빌리아(Sevilla)에 메셔슈미트의 지원으로 Bf 109 조립 공장을 세웠고 1942년 총 25기 분량의 반제품과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에 착수하였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완성을 보지 못하였다. 독일 자체의 수요가 딸려 엔진과 같은 핵심 부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서였는데,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스페인이 추축국 참가를 계속 거부하였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였다.



[ 재현 행사에 Bf-109 대역으로 등장한 HA-1112

카울링의 배기구 위치로 구별이 가능하다 ]


결국 그 상태로 전쟁이 끝나자 스페인은 기존에 도입된 시설과 재료를 이용하여 자력으로 Bf 109의 제작을 완료하기로 하였다. 가장 중요한 다임러벤츠의 DB605A엔진이 독일의 패망으로 도입이 불가능해지자 대신 자국산 이스파노 수이사(Hispano-Suiza)엔진을 장착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해서 1951년 스페인산 Bf 109가 탄생하였고 이를 HA-1110로 명명하고 공군에 공급하였다.



[ 이스파노 수이사 엔진 ]


하지만 이스파노 수이사 엔진이 DB605A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능이 부족하여 같은 동체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후에 만들어진 HA-1110이 전쟁 전에 탄생한 Bf 109의 성능에 미치지 못하였다. 그만큼 다임러벤츠의 기술력은 시대를 선도하였던 것이다. 제공 전투기로 도저히 사용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한 스페인 당국은 소민을 거듭하다가 영국으로부터 멀린을 도입하여 장착하기로 결정하였다.



[ 원래 Bf 109의 심장인 DB605A 엔진 ]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군용기가 본격적인 제트화시대로 접어들면서 멀린이 제2차 대전 당시 같은 중요한 전략물자로써의 의미는 없어졌지만, 스핏화이어의 절대 호적수였던 Bf 109의 새로운 심장으로 채택되어 당당히 이식이 이루어지는 역사의 반전이 벌어진 것이었다. 1954년 멀린을 장착한 Bf-109의 스페인 버전은 HA-1112 부천(Buchon)으로 이름이 붙여졌는데, 이것은 1967년까지 현역에서 활동한 최후의 Bf 109였다.



[ 스페인 공군 소속의 HA-1112 부천 ]


이후 부천은 1969년 제작된 영화인 the Battle of Britain(한국명 공군대전략)을 비롯하여 수많은 영화에 Bf 109의 대역으로 단골로 등장하여 스핏화이어와 공중전 장면을 재연하였다. 따라서 영화에 등장한 두 라이벌의 심장은 아니러니하게도 모두 멀린이었던 셈이었다. 실전은 아니었지만 본의 아니게 맞수의 심장으로도 되어버린 롤스로이스 인사이드간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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