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관함식에 대한 거의 모든 것

해군관함식에 대한 거의 모든 것



해군 관함식에 다녀왔다. 광복 및 해군창설 70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7년 만이라 해군에서 힘을 잔뜩 주어 준비했다고 들었다. 국민과 함께하기 위해 8,000여명 규모의 국민 참관단도 모집했다. 참관단 행사는 10월 17일, 19일, 24일 3번에 나눠서 진행된다. 복잡하고 출입도 까다로운 24일 본 행사를 피해 19일에 미리 부산을 찾았다.



친절한 해군

서울역에서 기차를 탄지 3시간이 조금 안 돼 부산역에 도착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안내를 위해 곳곳에 해군 장병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제 인원은 6명 남짓이었지만 까만 정복의 강렬함 때문인지 수십 명은 돼 보였다. 옆에 할아버지도 친절한 안내가 인상적이었는지 한마디 하셨다. “해군이 행사준비를 많이 했네”



     

관함식은 전체관람가

부산역 광장 반대편의 바닷가 쪽 출구로 나가니 해군에서 준비한 버스가 여러 대 있었다. 초대장을 보여주고 가장 먼저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는 울먹이는 미취학 아동부터 들뜬 모습이 역력한 초등학생 어린이, 무덤덤한 중·고등학생, 밀리터리마니아로 추정되는 대학생, 애들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끌려온 중년의 아빠, 지금이라도 재입대할 자세가 되어있는 예비역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크기만으로 압도하는 독도함의 위용

30여분을 달려 해군기지에 도착했다. 입구에서부터 멀리 보이는 거대한 독도함이 시선을 빼앗았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규모에 압도당했다. 너나 할 거 없이 “우와~ 우와~”를 연발했다. 독도함을 직접 타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엔도르핀이 솟구쳤다. 1층에서 보안교육을 마치고 좁은 통로를 지나 위쪽으로 이동했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자 거대한 갑판과 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그렇게 잠깐 동안 서서 탁 트인 시야로 부산 앞바다를 감상했다. 이것만으로도 관함식에 참가할 가치가 있을 만큼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추롸항~

탑승객으로 가득 찬 갑판 위는 출항준비로 분주했다. 승무원이 아니면 알아듣기 힘든 내용의 방송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준비가 길어져 지루하다고 생각하던 순간 반가운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추롸항~” 듣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큰 행사라 긴장해서 힘이 잔뜩 들어갔나 싶었다. 밧줄이 풀리고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파제가 지그재로 겹쳐진 항구를 안전하게 빠져나가기 위해 예인선 2대가 독도함을 인도했다. 항구 밖에 다다르자 독도함은 오롯이 혼자 힘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육지에서 멀어지니 예상치 못한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에서 본 부산항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왜 부산이 미항인지, 왜 조용필이 부산항에 돌아오라고 그렇게 목메어 불렀는지 이해가 갔다. 등대를 품고 있는 오륙도는 반짝이는 바다위에 그림처럼 떠 있었다. 몸 전체를 드러낸 광안대교가 이토록 아름다운지 그 전에는 몰랐다. 동백섬, 해운대해수욕장, 달맞이고개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해안선은 그저 감탄스럽다. 해운대는 바다에서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바다의 경례!

1시간여를 달려 해상사열과 훈련이 이뤄지는 장소에 도착했다. 기다림도 잠시, 멀리서 군함 수십 척이 일렬로 다가오고 있었다. 함정이 대규모로 운항하는 그 자체로 압도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지나가는 배 위에 모든 승무원들이 나란히 서서 경례하는 모습이었다. 바다의 경례! 해군이 가장 멋있게 보이는 순간이다. 함정이 한 대씩 지나갈 때마다 가슴에 뭉클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해군이 한없이 자랑스러웠다. 넓고 거친 바다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고된 생활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이 너무도 고마웠다.




잠수함과 고래

함정사열에 이어 다양한 시범과 훈련이 이어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잠수함의 ‘긴급부상’이었다. 물속에 있다가 비상 상황 시 빠르게 수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타원형의 시커멓고 커다란 물체가 물을 뿜으며 부상하는 모습이 마치 고래 같았다. 잠수함 관련 영화에서 전혀 그런 느낌을 못 받았는데, 직접 그 광경을 보니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졌다.




뭘 해도 쎈 해병대!

관함식에서도 해병대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등장부터 강렬했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장갑차로 바다를 건너고 있는 것이었다. “해병대는 뭘 해도 쎄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움을 넘어 기묘해 보이기까지 한 그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장갑차의 3분 2가 물에 잠겨 아슬아슬해 보였지만 개의치 않는듯했다. 커다란 함정 사이에서도 전혀 왜소해 보이지 않는 해병대의 위엄이란!




아덴만 여명작전 다시보기

피랍당한 선박을 향해 해군 특전요원을 태운 고속보트가 접근한다. 적의 저항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엄호사격이 이어진다. 하늘에서도 헬기로 특전요원이 접근한다. 보트로 접근한 요원들이 신속하게 선박으로 올라탄다. 헬기에서도 레펠로 단숨에 갑판으로 강하한다. 침투, 그리고 격퇴! 전설적인 아덴만 여명작전의 긴장감을 그대로 전달한다.




어뢰, 해상사격 그리고 공군전투기

어뢰투하와 해상사격도 볼거리다. 특히, 적 잠수함을 겨냥한 해상초계기의 공중 어뢰투하는 흔치 않은 광경이라 눈길이 갔다. 바다에 떨어진 후 폭발을 표현하는 장치가 없었던 것은 조금 아쉬웠다. 함정사격도 엄청난 폭발음과 진한 화약 냄새로 주목을 끌었다. 다만, 공중에서만 화약이 터져 강렬함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군의 참여와 역할은 미미했다. 관함식 축하비행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미어캣이 된 관람객

“앉아 주십시오. 위험하니 앉아주십시오. 뒤에 분들이 보이지 않으니 앉아서 관람해 주십시오.” 관함식 행사 동안 해군 장병들의 목은 쉬어갔다. 관람객들은 새로운 뭔가가 등장하면 더 잘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내 장병들이 앉아달라고 목청껏 외치면 잠깐 앉았다가 이내 다시 일어섰다. 1000여명이 동시에 일어나 목을 쭉 빼고 바다를 보는 장면은 미어캣(meerkat) 같았다. 안전을 고려해야겠지만 단상의 경사를 높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뜻밖의 선물, 선상음악회

항구로 돌아오는 1시간여 동안 군악대의 선상음악회가 열린다. 넓은 바다와 노을 지는 태양을 배경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위트 넘치는 사회자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시작부터 유쾌하다. 목소리 좋고 얼굴까지 잘 생긴 엄친아 군악병이 ‘You raise me up’을 부를 땐 마치 지중해 크루즈여행 중인 것만 같다. 기타를 치는 순간만큼은 군인의 영혼을 잠시 보관해놓고 예술가로 빙의하는 크레이지 기타리스트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가히, 해군의 지미 헨드릭스라 할만하다. 웃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부산항에 도착해 있다. 정말이지 이번 관함식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




관함식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과 응원

군인을 꿈꾸는 영신전문대 부사관과 학생은 "바다에서 군함이 열 맞춰 가는 모습이 너무 놀랍다. 멋있다는 말 외에 어떤 표현을 덧붙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해군의 멋있음을 예찬했다.

송도고등학교 1학년 홍웅기 학생은 "TV에서만 보던 걸 내 눈으로 직접 보니 너무 신기하고 멋있다. 해군이 되고 싶어졌다. 꿋꿋이 우리의 바다를 지켜주길 부탁 드린다"라며 해군 모병담당자를 흐뭇하게 했다.

너무나 씩씩한 초등학교 2학년 장현우 어린이는 "잠수함이 너무 좋다. 물속에서 물 밖에서 나오는 모습이 신기하다. 해군 옷도 너무 멋있는 것 같다. 여기 오게 돼서 정말 좋다"며 기분 좋음을 맘껏 표현했지만, 자신의 꿈은 어부라며 해군이 되는 것은 당당히 거부했다.




에피소드 : 해군 이병과 40년 선배의 만남

음악회 사회자가 뒤쪽에 서 있던 해군 이병을 불러냈다. 해군 이병은 목청이 터져라 관등성명을 외쳤고, 대답할 때마다 목이 쉬어갔다. 그렇게 이병의 시간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백발이 성성한 어른 한분이 앞으로 나오셨다. 봉투를 꺼내 이병 손에 쥐어주며 포옹을 해주셨다. 262기 이병보다 40여년 앞서 84기로 해군에 복무했던 선배 전우였다. 이병의 패기 있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고 기특했다고 한다. 봉투에 얼마가 들어 있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중요하지도 않다. 그냥 훈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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