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해군창설 70년 특집]해군의 탄생(태국의 고귀한 참전용사여, 우리는 당신들을 기억합니다.)

[광복 70년, 해군창설 70년 특집] 

해군의 탄생


상해에서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고, 대한민국 해군 2015년 순항훈련전단은 다시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항해의 기착지는 태국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교육, 새벽 내내 이어지는 당직근무로 날짜는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순항 도중 제가 타고 있는 대청함(군수지원함)에서 강감찬함(구축함)으로 해상 연료 보급 작전도 진행했습니다. 이런 실습들을 통해, 4년간 학교에서 배운 이론들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태국 해군기지 내 부두에 정박이 임박했음을 가장 먼저 알려준 것은 함내 방송이나 기적 소리가 아닌 바로 새들의 지저귐이었습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푸른 바다와 새들이 배를 감싸 안았습니다. 순항훈련전단은 두 번째 기항지인 사타힙(Sattahip, 태국 동부 해안에 위치한 해군도시)에 도착했습니다. 잘 정비된 태국 군함들, 순항훈련전단의 입항을 환영하는 태국군 장병들 그리고 손을 흔들어 주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태국인들 표정이 무척 밝게 느껴졌습니다.


보통 정박 첫날에는 교민 환영행사 및 공식적인 리셉션(Reception, 환영행사)이 열리게 됩니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입항 다음날 바로 공식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첫날에는 태국의 발전모습과 불교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입항지인 사타힙은 조그만 항구도시라 태국을 이해하기가 어려워 순항훈련전단은 인근 도시인 파타야(Pattaya)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 태국의 테마파크로 유명한 ‘눙눅빌리지’를 먼저 방문하였습니다. 이곳에서는 태국 고유의 불교문화를 담아낸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태국의 상징인 코끼리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의 태국인들은 낯선 복장과 장신구들을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처음 느껴보는 흥미롭고 신선한 볼거리였습니다.



이후 저희는 푸른 해안을 따라 형성된 파타야 중심부에서 태국을 보았습니다. 바쁘게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니는 현지인들의 모습은 이전에 방문했던 라오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라오스와 다른 점은 길가의 행인 대부분이 외국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푸른 눈의 서양인, 히잡을 둘러쓴 중동인, 아시아에서 여행 온 가족들… 태국이 왜 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정해진 일정을 마치고, 다음날 있을 공식행사를 기다리며 첫날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날은 생도들이 거울을 보며 외양을 바로잡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전에 방문할 촌부리 육군 21연대가 순항훈련전단 태국기항의 주요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태국군은 6.25전쟁에 참전했습니다. 1950년 11월부터 1953년 7월까지 육군 1개 대대, 해군 함정 8척, 공군 수송기 편대 등을 포함해 총 6000여 명을 파견했습니다. 태국군은 인천상륙작전, 연천 전투 등에도 참여했습니다. 태국군은 참전 기간에 백 명 이상이 전사했으며, 천 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순항훈련 전단이 참배 차 온 이곳은 한국인에게 무척 의미 깊은 곳입니다. 사실 저도 이곳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태국이 6.25전쟁 참전국 중 세 번 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약 65년 전 이곳에서 출전 의지를 다졌을 1,300여 명의 이름 모를 태국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늦었지만 그들에게 큰소리로 외치고 싶었습니다. 당신들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요즘도 얼굴 모르는 남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65년 전 태국인들은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자유와 정의라는 숭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머나 먼 한반도까지 와준 것입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우리’의 힘만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다른 생김새와 생각, 가치관을 지닌 ‘그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만약 아프리카의 한 나라가 자유와 평화를 송두리째 잃을 위기에 처했다면 당신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우러 갈 수 있습니까?”

이것은 무척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것입니다. 순항훈련전단은 태국에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생면부지의 외국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태국인들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기억할 것입니다. 상해의 윤봉길의사기념관 방문에 이어 뜻 깊은 자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일정이었습니다. 



  

촌부리 육군 21연대 방문 이후, 순항훈련전단은 ‘천국의 집’이라고도 불리는 반 수카와디 궁전(Baan Sukhawadee)을 방문해 태국 건축양식의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이어 저녁에는 개인 자유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뜻이 맞는 생도들과 조를 나눠 ‘상륙(해군에서는 외출 대신 상륙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을 실시했습니다. 저는 태국 사람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어 인근 시장을 찾아갔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태국 옷 좀 보고 가라던 시장 아주머니들, 크레페를 만들던 길거리 아저씨, ‘코리아(Korea)’에서 왔다고 하니 화들짝 놀라며 설마 ‘노스 코리아(North Korea)’에서 왔냐고 되묻던 주차장 관리인 아저씨, 해군을 사랑한다며 먼저 말을 걸어준 영국 군인까지. 태국의 길거리에서 마주친 인연 모두가 깊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이렇게 2박 3일간의 태국 사타힙 정박이 끝났습니다. 순항단은 인도양의 거친 파도를 뚫고 항해를 거듭해 이제 인도 첸나이 입항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앞으로 만나게 될 인도인들과 조금은 생소한 힌두 문화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Trackbacks 0 / Comments 0

댓글 남기기

블로그 인기 키워드

Tistory Cumulus Flash tag cloud by requires Flash Player 9 or better.

링크

re_footerlink.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