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배 장군의 38선 돌파 전투 - 화천 지촌리 전투 -4-

 

 

 

 

조금 전 안개 속으로 만났던 두 촌사람의 정체에 대해서 찝찔한 기분을 버리지 않고 있었는데 비슷한 상황에 또 봉착한 것이다. 그래서 이대용 대위의 판단은 빠를 수밖에 없었다. 번개같이 떠오른 생각은 이 일대에 1대대 밖에 없었고 대대 본부에는 이렇게 정찰용으로 변장할 북한 군복 같은 것이 있어 본 일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전쟁동안 1대대 정보 요원이 북한 군관 군복을 입고 적지에 침투하는 그런 정찰 활동을 한 일도 없었다이 대위는 빠르게 판단하고 즉시 명령했다.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내린 판단이었다.

 

적군이다! 쏴라!”

 

중대 본부 요원들은 중대장의 명령일하에 일제히 사격을 가했다. 북한군 군관과 따라 오던 두 명의 병사는 순식간에 절명해서 땅에 쓰러졌다전방의 안개 속에서 총소리가 나면서 지휘관이 비명을 지르고 죽는 것을 알게 된 그의 후속 부대원들은 후다닥 소리를 내며 후방으로 도주했다. 이 대위는 앞에서 만났던 두 현지 주민들이 이 정찰 소부대 정면에서 첨병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북한군 여단장이 안개를 이용한 국군의 침투 가능성을 뒤늦게야 깨닫고 경계 병력을 내보낸 것인데 그 명령이 김용배 대대장의 신속 과감한 결단에 비하면 아주 느렸던 것이 국군의 후방 침투를 막지 못했던 것이다조금만 늦었어도 이 대위 중대의 은밀한 후방 침투는 이들에게 저지당해서 좌절할 뻔 했었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이 대위의 1중대 본부 요원들은 도주하는 이들의 방향에 몇 번의 사격을 가해서 반격의 여지를 없애고 급히 구보로 복고개 위로 달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1중대원이 달려 올라간 복고개[둥근 원]. 오른쪽의 높은 산[네모]은 북한군 여단 본부가 있던 곳

 

 

 

능선 위의 북한군이 이미 눈치를 채고 차단 병력을 복고개에 배치할 가능성이 컸다. 2,3소대도 이 대위의 구보 명령에 빠르게 뒤따라 접근하기 시작했다. 복고개는 높기도 했지만 가파랐다. 그러나 1중대는 점점 옅어지는 안개를 헤치며 복고개 정상 능선에 숨을 가쁘게 쉬며 도착했다이 곳에 소수의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으나 이들 북한군은 와르르 무너지며 반대편 동쪽 사면으로 도주했다.

 

말 한바대로 그 쪽은 춘천과 화천을 잇는 신작로가 있는 곳이다. 능선에 길게 배치된 북한군은 여기서 중간이 완전 절단되고 말았다1중대는 복고개 정상 능선을 장악하자마자 능선의 북쪽을 향하여 두 정의 수냉식 M 1917 기관총을 거치하고 계속 연사를 가했다

 

능선 북쪽에 배치된 북한군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이 수냉식 기관총은 대대 중화기 중대에서 배속 받은 것이었다. 수냉식 기관총은 무겁기는 했지만 연사 능력이 좋았다. 수천 발을 발사해도 총신이 과열되지 않았다북쪽 안개 속을 향하여 소나기같은 불줄기를 퍼붓자 북한군들도 사격으로 반격해와 사수 한 명이 전사해버렸지만 북한군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불을 뿜는 이 기관총에 감히 돌격으로 제압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복고개로 침투에 성공한 1중대는 325고지로 돌격을 개시하였다.

 

 

 

기관총의 북쪽 후방 사격과 동시 1중대는 기관총 사격을 뒤로 하고 반대 남쪽으로 병렬하여 능선을 향하여 돌격을 개시했다이 능선은 가파를 오름길로서 300미터 남쪽에 능선에서 제일 높은 주봉(主峰)이 있고 이곳에 북한군 여단장의 참호가 있었다.일대 방어를 붕괴시킬 급소가 바로 눈 앞에 있었던 것이다.

 

안개는 점차 엷어져서 이제 시계는 50미터 정도가 되었다. 병렬한 1중대는 함성을 지르며 허리 총 자세로 사격을 하며 오르막 능선을 치달아서 돌격했다이 허리 총 자세의 사격을 당시 군에서 격투 사격이라고 불렀다. 이대용 장군은 자신이 겪은 많은 전투에서 이 격투 사격 돌격은 이곳 화천 지촌리 전투에서 딱 한 번 해보았다고 했다.

 

6사단 7연대 1대대가 6.25 전쟁 중 경험했던 가장 치열했었고 육박전으로 일관한 낙동강 전선의 신녕 전투에서도 이런 돌격은 하지 않았었다안개가 부연 대기 속을 무서운 투지로 밀고 올라가자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북 여단장 참호 방향에서 총탄이 날아왔다. 그래도 1중대가 육박해가자 젖빛 유리를 통해서 보이듯 안개 속에 북한 여단장의 참호가 나타났다. 적들도 육박하는 국군을 본 듯 참호에서 몇 놈이 우르르 튀어나오더니 복고개 북한병들이 도망쳤던 동쪽 사면으로 구르듯 사라졌다.

 

장병들이 어떻게 조준 사격을 할 수가 없을 빠른 순간이었다. 참호의 적들이 사라져서 이제 적의 저항없이 참호를 점거할 수 있다고 생각한 1중대원들이 달려들자 갑자기 참호에서 계속 총탄이 날아왔다한 명이 도망치지 않고 남아 딱쿵 총을 연발로 쏘고 있었다. 이대용 중대장 뒤에서 !” 하는 소리와 함께 중대원 한 명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적의 사격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압박해가자 참호에 남아있던 북한군은 총을 버리고 손을 번쩍 들었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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