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배 장군의 38선 돌파 전투 - 화천 지촌리 전투 -3-

 

 

 

 

 

 

적 후방으로 침투하다가 안개가 걷힌다면 오른쪽 능선에 배치한 북한군의 치명적인 화력을 뒤집어써야 했다사격이 시작되면 서쪽 계곡의 옆 능선으로 대피해야 하지만 대피 역시 쉽지가 않현지에 가보면 전답이 펼쳐진 계곡이 넓기도 하고 아무런 엄폐물이 없어서 대피하는 그 사이 기관총 사격에 중대 병력은 모두 섬멸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또 캄캄한 어둠 같은 안개 속에 접근로에 북한군이 배치한 경계 병력이나 매복 병력이 있을지도 모르는 판에 이것은 하여튼 무모한 짓이었다. 보통의 지휘관 같으면 이런 담대한 구상을 하지 못할 것이었다그러나 김용배 대대장은 이 안개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고 3중대와 고지를 뺏고 빼앗기는 전투에만 정신없는 북한군 지휘관이 갑자기 몰아닥친 안개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런 판단의 기초에는 찬스를 잡으면 그것을 놓치지 않고 번개같이 승리로 연결하는 그의 비상한 직관에 있었다. 말한대로 남에게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는 눈을 그는 가졌던 것이다김용배 대대장은 평소 휘하 장교들에게 기습은 아군 전투력을 열배로 확대해준다라고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

 

 

 

 

복고개로 침투하여 능선의 적을 양단하고 적 여단 본부를 기습하는 1중대 루트. 말했듯 지금은 호수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밭 사이로 지촌천이 흐르는 육지였다. 1중대는 지촌천을 건너가 북상하는 도로로 복고개로 접근해갔다.

 

 


 

 

항상 공격의 이상적인 형태인 기습을 전투 지도의 신념으로 하는 김용배 대대장은 이 안개를 이용해서 적의 빈 배후를 기습하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다1중대장 이대용 대위는 진한 안개 속으로 침투해 적의 배후를 공격하라는 명령에 아찔한 생각이 들었지만 대대장의 전투 감각을 여러 번 체험했기에 그대로 실행에 들어갔다. 김용배 대대장은 신념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이 대위, 신속하게 기동하되 정숙에 주의하게!”

 

 

 

 

북한군이 전개한 능선

 

 

 

195010608:30.

 

이대용 대위는 안개 속에 몸을 담그고 지촌촌을 따라 북상 침투를 시작했다. 전 중대원들은 침묵을 지키고 소리 없이 그를 따라 걸었다. 북한군이 있는 오른쪽 높은 사면과 능선은 보이지 않았지만 불안함 속에 자꾸 오른쪽을 올려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촌천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민가가 몇 개 모여 있는 작은 촌락이 나왔다.(현재의 지촌리로 추정된다.) 뜻 밖에 그 곳에서 두 명의 주민을 만났다.

 

한 명은 60이 넘은 노인이었다. 다른 한 명은 40쯤 되는 중년이었다안개 속에서  불쑥 나타나는 100여명의 국군을 본 60노인은 경악을 하더니 주저 앉아서 얼굴을 가리고 아이고, 아이고하며 신음 비슷한 소리를 냈다중년은 윗옷은 양복을 입고 아래는 핫바지를 입은 그때 촌에서 흔히 보는 신식의 복장을 했었다. 그는 북한 관리가 지시하는 대로 피난을 떠났다가 오늘 피난살이에 필요한 가재도구를 가지러 왔다고 전해주었다.

 

이 대위는 그에게 벌벌 떠는 노인을 가리키며

 

저 분이 왜 저러는 겁니까?“

하고 물었다. 중년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
너무 기뻐서 저러는 겁니다. 국군이 들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어요."

 

이 대위는 기쁘다는 표현을 하필 저렇게 해야 하나 하는 이상한 생각도 들었으나 급한 북한군의 정보부터 물어봤다. 그 병력과 배치 상황이었다중년은 여전히 침착한 말씨로 산 능선의 적정에 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복고개 남쪽 능선에서 제일 높은 곳에 지휘소가 있고 북한군 여단장이 전투를 지휘하고 있다고 했다.

 

복고개 남쪽 능선에 배치된 적은 약 1개 대대 병력이라고 말해주었다. 이 대위는 여단장이 화천 방어 사령관이고 그가 이렇게 전방에 나와 있다면 화천 남쪽 이 곳 일대의 총 방어 병력은 2개 대대 넘으리라고 짐작했다중년이 너무 친절하게 적의 상세한 정보를 주는터라 이 대위는 노인의 겁을 먹은 이상한 태도에 가졌던 의구심마저 지우고 오히려 조심하라는 말을 전하고 이들과 작별하고 다시 복고개를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대위는 그들에게 가졌던 수상한 느낌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감지할 수가 있었다. 찝찔한 기분을 달래며 걸음을 재촉하였다출발한지 30분이 지나고 중대는 복고개 아래에 도착했다. 경계하는 적병은 없었다. 먼저 선두에 섰었던 2소대가 소리를 죽여 가며 가급적 신속하게 복고개에 오르기 시작했다.

 

안개는 많이 엷어져서 시계가 20미터쯤 되었다. 3소대 뒤에 중대 본부 -전령과 통신병을 포함한- 이 따르고 그 뒤를 2개 소대, 1소대와 2소대가 뒤따라서 오를 순서였다그러나 복고개 아래에서 중대 본부가 막 복고개를 오르기 전 갑자기 북쪽 안개 속에서 권총을 찬 북한군 군관과 두 명의 병사가 불쑥 나타났다. 그들 뒤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로 보아 20여 명의 북한군이 그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군관이 놀라 정지하자 뒤의 발자국 소리들도 정지했다.

 

이대용 중대장을 수행하던 통신 하사관인 신 중사가 바로 총을 겨누었다. 그런데 북한군 군관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늠늠한 말씨로 말을 했다.

 

아군입니다. 우리는 적 부대 침투 정찰중입니다!”

 

그 연기가 천연덕스럽기 그지없었다. 이 대위가 6.25 전쟁에서 조우했거나 만나 본 북한 군 군관 중에서 제일 대담한 놈이었다사회에서 학교 선생을 하던 신 중사는 마음이 여려 그 속임수에 넘어갔다.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중대장님?" 하고 명령을 기다렸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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