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였다 [ 上 ] 동맹이라는 명분







제2차 대전 당시 소련은 나치라는 공동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 미국, 영국과 동맹을 맺었지만 이들은 태생적으로 애초부터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 이유는 잘 알다시피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을 제국주의자로 낙인찍어 반드시 척결해야 할 적으로 보는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과 자본주의 체제를 신봉하며 지배력을 놓지 않으려는 서방은 정반대의 입장에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 태생적으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대립 할 수밖에 없었다 ]



가정이지만 만일 독일이 프랑스나 영국과 싸우지 않고 처음부터 소련과 전쟁을 벌였다면 과연 서방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소련을 도와주었을까하는 물음에는 답하기 어렵다. 둘 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이었지만 심정적으로는 소련이 조금 더 큰 적대세력 임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1917년에 있었던 대소간섭전쟁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 서로 간에 극한 증오심을 보여주는 소련과 독일의 전쟁포스터 ]



후발 자본주의 국가인 전체주의 나치와 선발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 미국과의 충돌은 어쩌면 필연일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앞서 가정처럼 독일이 서유럽 보다 먼저 소련을 침공하였다면 아마도 영국이나 미국은 수수방관 하는 입장을 취하였을 것이다. 설령 독일을 제압하기 위해 개입을 하였어도 아마 소련의 붕괴가 확실시 되는 시점이나 그 이후에 액션을 취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 미국은 영국에 병력을 전개시켰지만 유럽 대륙 상륙에 신중하였다 ]



반대로 소련이 우세하였다면 독일 편을 적극적으로 들지 않았어도 소련에게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나왔을 것이다. 서방국가에게 적대적인 독일과 소련이 격렬히 충돌하면 할수록 승패와 관련 없이 손 안대고 코푸는 식으로 둘 다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따라서 만일 혈투의 승자가 곧바로 영국이나 미국과 싸움을 벌인다면 그것이 독일이던 반대로 소련이던 보다 손쉽게 상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격렬한 충돌로 소련과 독일 모두가 약해지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그런 사실은 공개적으로 내색을 하지 못하였을 뿐이지, 사실 혈전의 당사자인 독일이나 소련도 잘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제2차 대전 야사를 읽다보면 소련과의 전쟁을 벌이려는 히틀러도 영국을 잠재적인 동맹국 내지는 협조자로 심각하게 고려하여 프랑스 전선 마무리 후 영국과의 일전을 망설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19세기말까지 독일과 영국은 상당히 가까웠던 사이였다.





[ 히틀러는 영국을 잠재적인 협력 대상으로도 생각하였다고도 한다 ]



소련의 경우는 더욱 야비하여 미국이 그들의 동맹국으로 참전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가 일본의 진주만 기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독일을 막기에도 벅차서 극동에 또 다른 전선을 구축하기가 무리이기는 하였지만 미국이 당장 교전 상대인 일본 외에도 독일에 대해 즉각적인 선전포고를 하였던 것에 비추어 본다면 결코 이런 태도는 예의가 아니었다.





[ 일본의 진주만 기습은 기회만 엿 보던 미국의 참전 구실이 되었다 ]



그런데 이 점은 일본 또한 마찬가지였다. 미국이 일본과 개전한 것은 당연하지만 미국이 독일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였다면 일본 또한 독일을 도와 소련에 대해 개전을 하는 것이 마땅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비함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소비에트 소련과 제국주의 일본은 서로 모르는 척하면서 뒷짐을 지고 회피만 하였다. 그들에게 1941년 4월에 체결된 일소중립조약은 그럴듯한 명분을 제공하여 주었다.





[ 어쩔 수 없이 동맹을 맺었으나 서로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컸다 ]



소련도 형식상 동맹관계인 미국과 영국에 대해 상당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미국과 영국도 나치를 무찌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음으로 양으로 소련을 지원하였지만 소련을 믿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은 서유럽에 제2전선을 구축하여 달라는 소련의 요구를 여러 이유로 지연시켰다. 이처럼 결국 같은 배를 타고 있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못하였던 것이다. ( 계속 )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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