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빨라야 했던 시절의 공포 -끝- "공포가 낳은 공포"

 

 

 

 

 

중폭격기, 특히 핵폭탄 투하가 가능한 전략폭격기는 상대에게 위협적이지만 적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당히 나약한 무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폭격기를 목표지점까지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였는데 전투기로는 호위할 수 있는 거리에 한계가 있었고 이것은 대륙을 뛰어넘는 초장거리 폭격에 투입되는 전략폭격기의 운용과 관련해서 떠나지 않는 고민거리였다.

 

 

 

[ 폭격기 보호를 위해 호위기를 탈부착 하는 방법까지 연구되었다 ]

 

 

6.25전쟁에서 MiG-15에 예상하지 못한 아픔을 겪은 미국은 개발 중에 있던 차세대 폭격기의 콘셉을 속도에 맞추었다. 소련의 요격기들이 감히 쫓아오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고공비행이 가능한 폭격기를 만들면 자유롭게 적진까지 날아가 폭탄을 던지고 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던 것이다. B-29가 고고도를 방패 막으로 삼았다면 새로운 폭격기는 거기에 대해 속도도 자위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 미국은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속의 전략폭격기의 개발에 나섰다 ]

 

 

이러한 야심만만한 구상을 가지고 개발에 착수한 것이 바로 차세대 전략폭격기 XB-70 발키리(Valkyrie)였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B-36, B-47, B-52, B-58처럼 B-29의 뒤를 이을 다양한 종류의 중폭격기를 개발하여 제식화 하고 있었지만 이것 가지고도 타는 갈증을 채울 수 없었다. 대외에 공표된 XB-70의 성능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수준이었고 소련은 경악하였다.

 

 


[ 마하 3의 속도로 적진에 침투할 수 있도록 설계된 XB-70 ]

 

 

고고도에서 마하 3까지 속도를 내도록 설계된 XB-70에 소련을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소련은 자국을 침공할 XB-70의 비행고도 및 속도와 맞먹는 요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하여 다른 모든 것은 필요 없고 단지 고고도로 빨리 치고 올라가 고속으로 비행이 가능한 요격기의 개발에 진력하였다. 그만큼 소련이 느꼈던 공포는 대단하였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MiG-25였다.

 

 

 

[ XB-70에 두려움을 느낀 소련은 MiG-25의 제작에 돌입하였다 ]

 

 

그런데 마하 3의 속도로 치고 들어가 핵폭탄을 투하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었던 XB-70의 개발사상은 이미 시대에 뒤쳐진 것이었다. 전략핵 투발수단은 대륙간탄도탄 같은 장거리 미사일로 넘어가고 있던 중이었고 U-2의 예에서도 보듯이 강력하고 정밀한 SAM과 AAM의 등장은 그동안 안전하다고 생각하던 고고도도 결코 안전한 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이었다.

 

 


[ 다양한 핵 투발 수단의 등장으로 전략 폭격기의 효과는 감소되었다 ]

 

 

분명히 XB-70의 하드웨어는 당대 최고 기술의 집합체라고 통칭 될 만큼 뛰어난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문제는 효용성이었다. 과연 거대한 폭격기로 적진까지 날아가 공격을 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안전한 방법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격렬한 의견이 오고 갔다. 하지만 이런 미국 내의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소련은 MiG-25의 개발에 매진하였다.

 

 

 

[ 시범 비행 중 사고로 추락하는 XB-70 이후 개발이 취소되었고, MiG-25는 닭 쫓던 개꼴이 되었는데 의외로 미국은 MiG-25를 두려워하였다 ]

 

 

결국 추락사고 등의 이유로 XB-70은 개발이 취소되면서 삽질로 막을 내렸지만 막상 서둘러 대응 수단의 개발에 나선 소련은 MiG-25를 이미 배치하던 단계였다. 그런데 자신들 때문에 벌어진 MiG-25의 탄생 배경을 제대로 모르던 미국은 MiG-25의 스펙에 되레 겁을 먹도 있었던 것이었다. 누가 누구를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도 제대로 모르던 어처구니없는 순간이었고 그것이 바로 냉전시대의 자화상이었다.

 

 

 

[ 관광객을 탑승하고 우주 체험 비행 중인 MiG-25에서 촬영한 지구 ]

 

 

알았을 때는 충분히 극복할 자신감이 생기지만 모를 때에는 삽질이나 낭비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단순해지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다 필요 없고 오로지 XB-70같은 고고도 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한 단일 임무를 위해 탄생하였지만 막상 목표 대상이 사라지자 엉뚱하게도 서방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으로 알려졌고 오늘날은 우주 체험 관광 사업에 쓰일 만큼 변화무쌍한 길을 걸어온 MiG-25는 그래서 무기사의 재미있는 이단아라 할 수 있다.

 

 

 본 글은 "국방부 N.A.R.A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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