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빨라야 했던 시절의 공포 -3- "하나만 상대하려 태어나다"

 

 

 

 

 

제2차 대전이 끝나고 미국 공군의 코드는 '폭격기 만능론'이었다. 전투기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생생히 경험한 바와 같이 폭격기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특히 핵폭탄의 등장은 이러한 미 공군의 만용에 기름을 부어주었다. 1950년대 까지만 해도 폭격기는 핵폭탄의 유일한 투발수단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기고만장은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었다.

 

 

 

[ 전략폭격기가 핵투발 수단이 되자 폭격기 만능론이 고개를 들었다 ]

 

 

그런데 1950년 발발한 6.25전쟁에서 폭격기 만능론에 의구심을 들게 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MiG-15의 등장이었다. 미 공군은 전쟁에 참가하자마자 제공권을 완전히 확보하였고 당시 최고의 전략폭격기인 B-29는 한반도 상공을 유유자적하게 날아다니며 원하는 곳에 폭탄을 갔다버리기만 하는 수월한 임무를 펼치던 중이었다.

 

 


[ 적어도 MiG-15의 등장이전까지 B-29는 무적이었다 ]

 

 

제2차 대전 당시에 일본은 B-29가 날아다니는 고고도까지 올라와 요격할 수단이 없어 미국은 유유자적하게 폭탄을 버리기만 하던 즐거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5년 후에 한반도 상공에 등장한 B-29들도 당연히 그러한 기억을 잊지 않았고 계속 그렇게 전쟁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해 겨울 등장한 은색 날개의 제트기에 이런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 B-29를 공격하기 위해 선회에 들어가는 MiG-15 편대의 극적인 모습 ]

 

 

MiG-15의 등장은 모든 것을 악몽으로 바꾸어 버렸다. 비호 같이 달려들어 강력한 기관포를 난사하는 MiG-15의 공격에 둔중한 중폭격기들은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만일을 위해 호위에 나섰던 미국의 전투기들도 새로운 적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금까지 너무나 손쉬운 작전을 펼치던 폭격기 승무원들은 적의 공격이 빗나가기를 바라는 방법 외에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 MiG-15의 건 카메라에 찍힌 B-29의 마지막 모습 ]

 

 

그런데 엄밀히 말해 미국에게 이것은 처음 겪는 생소한 일은 아니었다. 독일 본토에 대한 폭격이 연일 이어지던 1944년에 등장한 Me-262에 곤혹을 치렀던 적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B-17을 호위하던 P-51들이 감히 상대할 수 없었던 속도로 접근하여 공격을 가하던 Me-262에게 미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이런 기억을 잊고 너무 자만하고 있다가 6.25전쟁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었다.

 

 

 

[ B-17을 공격하고 선회 이탈하는 Me-262의 극적인 모습 ]

 

 

다행히도 이번에는 MiG-15에 능히 맞설 수 있는 F-86이라는 비기가 있어 어려움을 즉시 극복할 수 있었다. 이후 놀랍게 등장하고 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MiG-15와 F-86은 진정한 제트시대를 개막한 라이벌로 전사에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치열한 독파이팅이 워낙 유명하고 생김새도 유사하여 종종 간과하는 사실인데, 이 두 라이벌은 엄밀히 말하면 탄생부터 목적이 전혀 다른 전투기들이었다.

 

 

 

[ 비슷하지만 두 전투기는 탄생 목적부터 상이하였다 ]

 

 

F-86은 1,200발의 탄환을 탑재한 6문의 12.7mm 기관포로 속사공격을 가하는데 반하여 MiG-15는 일발필살이 가능한 40발의 37mm 기관포 1문과 80발의 23mm 기관포 2문을 탑재하였다. 다시 말해 F-86은 공중우세확보목적의 제공기로 세계의 하늘을 지배하고 있다는 미국의 자신감을 반영한 전투기였지만 MiG-15는 소련 본토 공격이 가능한 미국의 전략폭격기를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탄생한 방공 요격기였다.

 

 

 

[ MiG-25도 미국 폭격기 요격이라는 단일 목적을 가지고 탄생하였다 ]

 

 

6.25전쟁에서 격추 비율이 F-86이 우세하였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러한 상이한 탄생 배경에 따른 기체의 구조적인 차이도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MiG-25도 아버지 뻘인 MiG-15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만큼 시간이 지나도 미국의 전략폭격기는 소련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미국은 MiG-25를 최신 전투기로 취급하면서 두려워하였지만 정작 소련은 미국의 전투기들이 주관심사가 아니었다. (계속)

 

 

 본 글은 "국방부 N.A.R.A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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