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빨라야 했던 시절의 공포 -2- "드러난 허무한 비밀"

 

 

 

 

 

 

굴러들어온 호박을 혓바닥으로 핥듯이 샅샅이 조사한 미국의 기술진들은 까무러칠 만큼 놀라운 사실을 차례차례 알게 되었다. 당시 미국은 고속 비행이 가능한 차세대 비행체의 연구를 진행하면서 기체의 소재 개발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던 중이었다. 때문에 마하 3으로 비행이 가능한 유일 전투기인 MiG-25는 기존의 티타늄합금을 능가하는 최신의 비밀소재로 되어있을 것이라 막연히 추측하고 있었다.

 

 

 

 

[ 미국이 보유한 군용기 중에서 특수한 재질로 만든 SR-71만이 가능한 마하 3으로 비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MiG-25는 경이의 대상이었다 ]

 

 

당시 미국에도 마하 3을 넘는 SR-71이 있었지만 전투기로 사용이 불가능한 정찰기였다. 온갖 연구에도 마하 3의 전투기는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려놓았다가 MiG-25의 등장으로 미국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고, 이 때문에 MiG-25의 재질에 대해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MiG-25의 동체는 허무하게도 강철합금이었다. 당연히 내구성은 좋았지만 동급의 서방 전투기와 비교하여 터무니없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 허무하게도 그냥 강철로 동체가 만들어졌다 ]

 

 

이런 무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를 내려면 당연히 엔진이 강력하여야 했는데 탑재된 투만스키(Tumansky) R-15 엔진은 무거운 기체를 고속으로 비행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낼 수는 있었지만, 수명이 미국제 엔진의 1/10 정도로 짧아서 야전에서 사용하기에 효율적이지 않았고 그 엄청난 크기의 배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엔진을 컴팩트하게 제작하지 못하였을 만큼 기술력도 부족한 상태였다.

 

 

 

 

[ 강력한 만큼 엔진의 크기가 어마어마했고 수명도 극악한 수준이었다 ]

 

 

거기에다가 장착된 전자장비는 최신예 전투기라는 환상을 깨게 만들었다. 당시 서방의 전투기들은 트랜지스터를 사용한데 반하여 MiG-25는 일부 장비에 구시대의 유물인 진공관이 장착되어 있었다. 후에 고고도의 극저온에서 작동할 때 진공관이 트랜지스터보다 오히려 안정성이 좋기 때문에 일부러 장착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어쨌든 이런 점들은 그동안 MiG-25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환상을 허무하게 깨버렸다.

 

 

 

[ MiG-25에 쓰인 진공관 ]

 

더구나 기체 구조상 배면비행은 꿈에도 꿀 수 없고 선회력도 극악무도한 수준이어서 과연 MiG-25가 전투기로 적합한가하는 의문까지 들게 만들었다. 굳이 장점이라면 고고도까지 빨리 치고 올라가 엄청난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화려한 겉모습과 막연히 알려진 공포와는 달리 미국은 '몰랐기 때문에 무서웠던 것이었다'라는 자신만만한 결과물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 한마디로 몰랐기 때문에 무서웠던 것이었다 ]

 

 

사실 이러한 분석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대응차원에서 서둘러 배치한 F-15F-4로 요격에 실패한 MiG-25를 실전에서 잡을 수 있었을 만큼 미국 전투기들의 성능이 훨씬 좋은 것으로 판명 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스라엘이 격추에 성공한 MiG-25R은 정찰 기종이고 사전에 요격 작전을 미리 잘 세워 놓은 덕분이기는 하였지만 만일 공대공전투가 벌어진다하더라도 MiG-25F-15를 상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은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 킬 마크가 표시 된 이스라엘의 F-15 ]

 

 

미국이 19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F-X 사업으로 F-15가 탄생할 수 있었지만, 먼저 등장한 MiG-25의 존재는 F-15의 개발에 나름대로 보이지 않는 자극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정작 소련이 MiG-25를 만든 목적은 F-4와 같은 기존의 미국 전투기를 제압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다. 더구나 F-4의 뒤를 이어 출현한 F-15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 재미있는 것은 MiG-25의 탄생을 이끈 것은 미국의 삽질이었다 ]

 

 

시간이 흘러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소련이 MiG-25라는 결론적으로 과대평가를 받은 희대의 괴물을 만든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미국의 삽질 때문이었다. 막상 소련이 MiG-25를 보유하자 미국은 지금까지 우세를 보였던 공대공전투능력이 역전당할 것을 우려하여 공포를 느꼈지만, 정작 서둘러 MiG-25를 만들어야 했을 만큼 소련은 미국이 추진 중인 하나의 프로젝트에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계속)

 

 

 본 글은 "국방부 N.A.R.A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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