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수류탄, 쓸모가 있다.






방망이 수류탄, 쓸모가 있다. 


방망이 수류탄은 따발총과 날창 달린 보총과 함께 붉은 침략 악당의 이미지로 우리 한국인 정서에
각인 된 공산권 대표 무기다.

 

                         6.25 동란 중의 공산군 수류탄들과 휴대방법


그러나 이 방망이 수류탄이 들여다 볼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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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주요 도서관에 가보면 정기 간행물 열람실이라는 것이 있다. 주로 상업적 목적으로 출판한 여러 잡지들이 즐비하게 전람 된 중에 협회나 정부기관 그리고 각 군(軍)에서 출판한 정기 간행물들도 드문드문 끼어 있다.

대량 판매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고 또 저 예산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정부나 협회 등에서 발간한 정기 간행물들은 대개 내용도 풍부하지 않고 읽기에도 무미건조한 것들이 많다.


                                     중국군 방망이 수류탄



그런데 몇 년 전 나는 육군에서 발간한 한 정기 간행물을 보고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을 발견했다.

그간 대체적으로 나에게 미지근한 느낌을 주어왔던
그 군 간행물에서 
그토록 창의력 넘치는 글은 기대 이상의 충격이었다.

름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느 장교가 국군이 사용하는 세열 수류탄의 투척 명중률을 테스트 해보고 그 불량한 명중률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요약하면 야구공 모양의 현 국군 지급 수류탄을 목표에 투척하면
이 수류탄이 목표에서 폭발하지 않고 튀거나 굴러 목표를 벗어난 곳에서 폭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는 근거로서 거리별로 명중률을 실험한
데이터를 수록했었다.

수류탄의 불량 명중률을 지적한 그 장교의 예리하고
창의적인 문제 의식은 감동 할만큼 감탄스럽다.

나는 현재의 야구 공 모양의 수류탄은 옛 파인애플형 수류탄보다
투척 거리가 길어서
그렇게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있었다.

그러나 위의 실험이 말했 듯 완전 구형인 수류탄은 투척 목표에
떨어지면 튀거나 굴러서
이동할 가능성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련 전선에서의 독일군의 수류탄 투척


내가 이런 문제점이 실전에서 드러난 것을 알게 된 우연한 기회가 있었다.
군의 대 선배 되는 분이 있었는데 이 분은 월남전에 두 번이나 파병되어 전투를 겪었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분으로 첫 파월 때 보임받은 직책은
보병 소대장이었다.
배치된 지역이 적정이 심한 곳이어서 그 분은 다른 파월 장병들 보다 실전 경험이 많았었다.

이 분이 파월 초기에 매복을 나갔었다.
베트콩의 통과가 예상되는 소로(小路)를 따라 여러 발의 크래머를 설치하고 소대원을 배치하였다.

새벽이 오기 직전 베트콩들이 나타났다.
분대 병력으로 짐작되는 베트콩들이 일렬로 매복 지대로 걸어오고 있었다.

매복대는 베트콩이 매복지대에 완전히 들어오자 크래
머의
스위치를 눌렀다.

크래머의 폭발은 소로를 두 배로 넓힐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베트콩들은 후미의 한 명만 남기고 전원 모두 길 반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후미 베트콩은 사격을 무릅쓰고 도주하고 말았다.

베트콩을 기습했으면 즉시 진지 변환을 해서 역습에
대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위치가 중대 본부에 가깝고 새벽이 오고 있었기 때문에 매복대는 그냥 그 곳에 머물러 있기로 했었다.

베트콩이 다 즉사 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하필 소대장 앞에서
길 건너로 날아간 베트콩은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아 계속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 비명 소리는 정말 처절하기가 말로 할 수가 없어서 인간으로
차마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소대장은 등 털이 거꾸로 설 정도로
공포심이 들었고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가는 베트콩이 불쌍해서 소름이 끼쳤다.

소대장은 저 베트콩의 숨을 빨리 끊어 주는 것이
인도적인 처사라고 생각했다.

베트콩의 위치는 도로보다 낮아서 길 건너 소대장의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소총 사격으로 안락사 시키기가 불가능했다.

그는 수류탄을 까서 길 너머로 연거푸 두 발을 던졌으나
비명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옆 소대원에게 수류탄을 얻어 두 발을 더 던졌지만
효과가 전혀 없었다.

중대 전술 기지의 81mm 박격포가 계속 뿌려 주는
조명탄은 비명을 효과음으로 삼아 기습 현장을 기괴한 풍경으로 만들어 소대원들을 더욱 소름 돋게 했다.

더 이상 방법이 없던 소대장은 귀를 막고 베트콩의
숨이 빨리 끊어지기를 기다렸다.

몇 십 분 뒤에야 베트콩의 비명은 신음으로 변하더니
점점 낮아지며 동녘이 훤해지자 조용해졌다.

중대 기지에서 지원 병력이 나온 뒤 소대장이 길을 넘어 베트콩이
죽은 곳에 가보니 편편한 그 일대에 떨어진 수류탄들은 모두 멀리 튀어서 엉뚱한 곳에서 폭발했더라는 것이다.

                               독일군 방망이 수류탄 M-27. 
 나무 손잡이는 내부에 격발 장치가 달려있다.
현재 밀리터리 콜랙터들의 인기 수집품이 되었다.


선배에게 위의 전투 경험을 듣고 그 뒤에도 가끔 이 일화가 생각이 났는데
그때 구형[球型] 수류탄이 아니라 방망이 수류탄이었다면 목표에서 멀리 튀어 나가는 부작용 현상이 훨씬 덜했을 것이라는 상상도 해 보았다.

즉 방망이 수류탄이라면 앞에서 어느 국군 장교가 실험했었던
구형 수류탄의 투척 목표 이탈 부작용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군의 여러가지 수류탄


사실 방망이 수류탄은 옛 유물이 되어 가고 있다.
사용하기에 불편하고 무엇보다도 긴 막대 손 자루 때문에 보병들이 휴대하기가 거추장스럽다.

그러나 여기서 중국 해방군의 사례는 우리가
한번 살펴 봐야한다.

중국군은 방망이 수류탄을 계속 사용하고 있고
방망이 수류탄에 대한 개발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중국군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77-1 식 수류탄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군 77-1식 방망이 수류탄.
오늘날 발전한 한국 방위산업의 기술과 창의력이라면 더 세련 되고 더 나은 성능의 신형 수류탄이
개발 될 것 같기도 하다. 국내용뿐만 아니라 수출용으로도 가능성을 보는
마케팅 감각이 필요할 듯하다.


어느 미국 군 잡지에서 이 신형 방망이 수류탄의 탄체가 계란 같은
유선형으로 설계되어 있고 손 자루는 짧아서 투척 거리가 아주 길고 휴대성도 별로 나쁘지 않다고 설명한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중국군에 근무했던 중국 동포에게 이 수류탄의 성능을
물어 보았더니 자기는 보병 출신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투척 거리가 구형 수류탄보다 더 길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프랑스 군 F 1 수류탄. 1,2차 대전시 사용됨. 
                    방망이 수류탄과 파인애플형 수류탄의 결합체 같이 보인다.


정말 수류탄의 투척 정밀도가 실전에서 크게 요구 된다면
한국형 방망이 수류탄 개발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울프 독 개인의 바램이지만 내가 군 정기 간행물에서 본 바 있던, 관찰력과
연구심이 뛰어난 한 장교가 제기했던 이슈가 군 무기체계 발전에 긴요하게 활용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식 창의력을 발휘해본다면 수류탄 손 자루를 접철식 방식으로
설계 해본다던가, 격발 방법을 더 쉽게 한다던가 하는 길이 꼭 발견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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