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해군 조종사의 라스트 댄스





日 해군 조종사의 라스트 댄스




인간의 마지막인‘죽음‘이라는 누구나 싫어하는 존재에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의 의미를 부여한 것은 세계에서 일본 민족이 유일한듯하다.

자기 소멸의 공포를 어떻게 극복하고 아름답게
죽는가 하는 것은 무사도의 필수 심득(心得) 코드다.

 

                               전통적인 셋부쿠[하라키리]의식
죽음에 이런 미학적 가치를
부여 하여야만 할까? 한국 선비들의 양식으로는 미학은 커녕 무지막지하고 잔인한 자기 파괴의 방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사들의 자살인 셋부쿠[할복-割腹-]의식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셋부쿠를 하게 된 사무라이는 흰 장막을 치고 역시 흰 모래를 깐 할복 장소에서 흰 옷을 입고 무릎을 꿇고 앉아 배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단숨에 가른다.

수평 절단에 성공하면 명치에서 복부 아래까지 가른다. 이것이 무사의 최고 이상적인 십자 할복[주몬지기리]이다.

그러고도 의식이 있으면  쏟아져 나온 내장을 타인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내장 위에 엎드려 숨을 거둔다.

아무리 사무라이라도 이런 끔찍할 짓을
모두 실수 없이 해낼 사람은
적었다.

그래서 배에 칼을 꽂는 순간 옆에서 칼을
빼들고 서있던 친구나 동료가 할복자의 목을 날려 고통을 잠재우는 가이샤쿠 의식이 할복 의식에 동행하게 되었다.

이 셋부쿠 자살은 권총이나 수류탄 등의 편리한[?]
자살 무기가
있었던 태평양 전쟁 중에도 성행되었다.

써놓고 보니 끔찍하다.
이렇게까지 하고 죽어야하나 하는 한국인다운 생각도 들지만 일본인들은 이것이 남자다운 최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본인의 의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1942년
뉴 기니아 상공에서 마지막 죽음의 댄스를 추고
저 세상으로 간 일본 해군 조종사의 죽음을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다.

이 이야기를 전한 사람은 태평양 전쟁의 일본 해군
격추왕 사카이 사부로인데, 그의 저서 '대공의 사무라이'에 소개되어 있다.


                  사카이 사부로 병조장 - 종전시 중위로 진급, 64기를 격추했다.
그는 과달카날에 출격했다가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한 눈은 완전 실명, 반신이 마비되었는데도 5시간동안 1,000km를 홀로 날아서 돌아오는 항공 사상 최대의 이변을 기록하기도 했다.[이 일화는 곧 소개하겠다.] 일왕을 비롯한 일본 군 지도부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딸은 미군과 결혼했다. 2002년 작고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죽음의 댄스[Dans Macabre]라는 곡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을 먼저 밝혀둔다.중세 시절 페스트 등의 여러 사회 종말적인 현상이 나타나자 사회 일반에 유행했었던 집단 히스테리 적인 춤이다.

이 죽음의 댄스라는 시에 1875년에 프랑스 작곡자
쌍쌍이 곡을 붙인 것이다

아래는 그의 저서 “대공의 사무라이”에서 발췌한 것이다.

5월 15일[1942년]은 하루 종일 소나기가 내렸다.
소나기는 라에 기지 항공대 조종사들이 모처럼의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휴식은 단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개전시 대만 남부에 있었던 사카이가 소속 된 다이난 항공대는 인도네시아를 거쳐 라바울로 이동하여 작전을 전개하다가 당시 최대의 저항을 하던 오스트레일리아령 포트 모어스비 기지를 공격하기 위해서 뉴기니아 섬의 라에로 이동했.


                  라에[Lae]- 포트 모어스비 [Port Moresby]-라바울[Rabaul]
라에의 항공대는 당시 일본 최강의 항공대였으며
사사이[50기 격추 , 전사]대위의 중대에 사카이와 니시자와[102기 격추, 전사], 오타[34기 격추,전사]등의 최정예 에이스들이 포진해 있었다.


다음 날인 16일, 비가 갠 새벽에 모어스비 기지의 B-25 폭격기 열 여섯 대가 나무 높이의 저공으로 습격해 들어왔다.

폭격기들은 활주로에 구덩이들을 여러 개 만들어 놓고
더 해서 정비 시설들에 기총 소사를 한 뒤 돌아갔다.



미 육군 항공대[현 공군]의 B-25, 1942년 4월 미 항모 호넷트에서 출격하여 도쿄를 폭격하고 중국으로 탈출하는 기발한 작전을 수행했었다.


그날 하루 종일 부대원들은 활주로의 구덩이를
메우고 기지를 보수하는데 보냈다.

리들 조종사들은 막사에서 뒹굴면서 몇 명은 부족한 잠을 보충했고 다른 사람들은 점점 강도를 더해가는 미·호주 군의 공세에 대한 걱정 섞인 대화를 나누었었다.

손님 격인 일식 육상 공격기[一式 陸上 攻擊機] 조종사가
우리들의 대화에
관심을 가지고 끼어들었다.

그의 폭격기는 전날 우리 기지에 연료 보충을 위해서 착륙했다가
적기 내습으로 라바울로 돌아가지 못하고 활주로 보수 완료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유명한 제로 전투기를 만든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제작한 일식 육상 공격기.
일본 군내에서는 일식 육공
또는 육공기[陸攻機]로 불렸으며 중폭격기로 분류했었다. 3,700km의 항속거리를 자랑하지만 방탄이 허술하였고 연료탱크에 자동 밀폐 장치가 되어 있지 않아서 공격을 받으면 쉽게 화염에 싸여 일본 조종사들은 이 폭격기를 라이타라고 빈정댔었다.


그는 우리 전투기 조종사들이 적 폭격기들을 공격하는
여러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였다.

그는 부러운 듯한 눈길로 활주로 좌우에 은닉한 제로 기들을
한동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난 말입니다... 내 최고의 바램은 이 둔한 육공기가 아니라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입니다.“

그는 눈길을 우리에게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부대 조종사들은 나날이 독해지는 적의 공격에
전사자가 늘고 있어요.”

“육공기[陸攻機] 조종사들 모두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하늘에서
젊은 인생을 마감할 것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말입니다.“

라에 항공대 조종사들은 그의 입을 쳐다보았다.

“난 말이죠, 육공기 조종사로 죽기 전에 꼭 한 가지만
해보았으면 한이 없겠어요.....“

“저 폭격기로 공중 회전[공중 제비-루프 기동]을 한번 하고 싶습니다!”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있는 우리들을 바라보고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저 둔한 트럭이 공중 제비 하는 것을 하는 것을 상상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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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는 비행기가 기수를 수직으로 들고 
상승하다가 정점에서 기체 하부를 하늘로 드러낸 [뒤집힌] 자세로 다시 하강하는 기동을 말한다.

지금은 특수한 헬리콥터도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폭격기 같은
중대형기는 공중 분해가 되기 쉬웠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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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듣고 있던 한 제로 전투기 조종사가 말했다.

“내가 형씨 같은 공격기 조종사라면 그런 짓은 안 하겠는데요.
공격
기가 머리를 들 수는 있어도 그 것으로 끝날 것입니다. 공격기가 두 개로 공중 분해될 것이니까 말입니다."
 
공격기 조종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될 것은 알고 있어요.”

우리는 나중에 그가 라에 비행장을 둘러보다가 제로기 조종석에
앉아 보고 계기들 이것저것을 만져 보고 둘러보는 것을 별 생각없이 지켜 보았다.

그 때는 제로 전투기 조종석에 앉은 호기심 어린 그의 모습을
라에 항공대의 제로 조종사 모두가 평생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몰랐었다.

육공기 조종사는 활주로가 완전히 수리 된 오후 늦게 이륙해서
라바울의 기지로 돌아갔다.


                  1식 육상 공격기-1944년이 되어서야 개량형 기종이 나왔다.


며칠 뒤 사카이의 라에 항공대 제로기 7기는 포트 모어스비를
공격하는 1식 육상 공격기 8기를 호위하라는 임무를 받고 출격하였다.

우리가 목표 포트 모어스비 적 기지 상공에 도착하자마자
최소 18대는 되어 보이는 대군의 적기들이 사방 상공에서 쏟아지듯 공격해왔다.

호위 제로기들은 개전 이후 처음으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방어적 공중전을 벌여야 했다.

나는 공격기에 벌처럼 달려드는 여러 기의 적기를 가까스로
쫓아내기는 했지만 한 기의 적기도 격추하지 못했다. 라에 항공대의 다른 조종사들이 그런대로 세 기의 미군기를 격추하여서 체면을 세웠다.

적 전투기에게 쫓기던 공격기들은 서둘러 모어스비 기지에
폭탄들을
투하하고 급선회해서 귀환 항로로 접어들었다. 폭탄 명중률은 물론 기대 이하였다.

바로 이 순간, 상공으로부터 한 P-39 전투기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리 찍으며 육공기 편대 최 후미기에 기관포 포문을 열었다.

번개 같은 기습이었기에 우리들은 그저 넋을 놓고 보기만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타격에 성공한 P-39는 횡 반전 수직 급강하해서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BELL P-39 - 태평양 전쟁 초기 미 육군 항공대의 주력 전투기. 37mm 기관포를 장비하고 있다.


공격당한 공격기는 비틀거리며 긴 붉은 화염을 내뿜기 시작했다.
놀라 접근한 나는 그 폭격기가 눈에 익은 육공기였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며칠 전에 라에 항공대 기지에 급유를 위해서
착륙했었던 그 비행기였다.

우리가 내무반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그 조종사가 머리에 떠올려졌다.
그가 조종석에 앉아서 조종간을 잡고 있었다.

요동치는 육공기는 기수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빠르게 고도를 잃어갔다. 길게 내뿜던 화염은 그 꼬리가 점점 길어지고 기세가 더 맹렬해졌다.금방 조종 블능 상태가 될 것이 뻔했다.

고도를 잃어가던 폭격기가 고도 6,000피트 상공으로 내려졌을 때 화염은 날개와 동체를 휩쌌다. 굉장한 공중 폭발과 간발의 차이를 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때 나는 나의 눈을 의심했다.

화염 덩어리가 된 폭격기가 갑자기 기수를 들었다.
그 폭격기는 불가능한 루프 기동에 들어갔던 것이다. 놀란 나의 눈앞에서 불타는 비행기는 기수를 점점 더 치켜 올렸다. 공중 회전은 육공기에게 불가능한 기동이었다.

제로기를 몰고 마음대로 공중 회전을 해보고 싶다던
그 조종사는 정말 생애 마지막으로 그 소원을 성취하려는 시도를 하고있었다.

겨우 기수를 들던 폭격기는 기수를 수직으로 세우고
한순간 허공에 매달린 것 같은 자세가 되었다.

이제 뒤집힌 모습으로 하강하기만 하면 되는,
공중 회전의 절반의 성공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수직 자세에서 육공기는 폭발하고 말았다.
기체는 불덩어리가 되어 사방에 작은 불덩어리들을 뿌리며 추락해갔다.

불덩어리는 지상과 충돌하기 직전 거대한
또 다른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며 비의 불로 변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가 떠난 열대의 창공에는 전우 항공기들의 무거운 엔진 소리만
메아리 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과달카날에 상륙 작전을 한 미함대에 저공 육박하는 1식 육공기.
1941년 12월 10일 말레이 근해에서 영 전함 프린스 어브 웨일스와
리펄스를 격침했을 때도 이렇게 저공 육박을 했다.


육공기의 사무라이 조종사는 처절한 사세[辭世]의 미학으로 연출한 '죽음의 댄스'를 안무하고 영원한 영혼의 세계로 사라졌다.

극적인 육공기 조종사의 죽음 며칠 전 사카이는
자신도 죽음의 댄스를 춘 일이 있었다. 사실은 죽음과 아무런 관계 없는 비행 묘기의 연출일 뿐이었다.

라에 기지의 일본 조종사들은 여가 시간에 무전실에 가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방송하는 음악을 즐기는 경우가 있었다.

어느날 그 방송은  죽음의 댄스라는 음악을
방송했다.

음악을 듣던 같은 비행 중대의 니시자와가
사카이와 오타에게
모어스비 상공에서 적 조종사들을 상대로 죽음의 댄스를 한번 보여 주자고 제안 했다.

                                       제로 전투기
정식 명칭은 영식[일본 연호 기원 2600년 식] 함상 전투기였다.
간단히 영전(제로센)이라고 호칭했다. 제로는 영전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고 미군 영어 정식 코드명은 ZEKE였다.
일본 해군이 자랑하는 93식 어뢰와 함께 일본이 자랑하는 성능 좋은 전쟁 무기였다.


의기투합한 그들 3기는 모어스비 기지 상공에서
어깨 동무 하듯 날개 끝을 맞댄 수평 편대로 급강하 하며 세 번의 루프 기동을 연속 보여주었다.

하루 뒤 본 포트 모어스비 조종사들이 연서[사인]한
편지가
라에 기지에 투하 되었다. 구경 잘 했으니 다음에 다시 와서 공연해주면 잘 대접해 주겠다는 야유의 답신이었다.

3인은 장난을 알게 된 비행 중대장 사사이 대위에게 크게 질책 당했다.

그런 경험이 있었던 사카이는 진짜 죽음의 댄스를
추고 저 세상으로 간 조종사의 죽음을 보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숙연하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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