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로 뛰어든 불나방들 -끝- "400년 만의 패배"

 

 

 

 

 

 

0920, 월드론(John C. Waldron)이 지휘하는 VT-8 소속의 TBD 15기가 일본함대의 상공에 나타났고 주저 없이 항공모함 아카기(赤城)를 향해 돌진하였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제로 전투기들이 이들을 향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느리고 둔한 TBD는 날렵한 제로의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결국 15기의 TBD가 모두 격추되었는데 가이(George Gay) 소위가 조종하던 TBD가 유일하게 어뢰를 투사했으나 이마저 빗나가버렸다.

 

 

 

[ 아카기를 향해 돌진하는 가이의 TBD를 묘사한 기록화 ]

 

 

0958, 이번에는 린지(Euegne E. Lindsey)가 이끄는 VT-6 소속 TBD 14기가 일본함대 상공에 나타나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순식간에 절반인 7기의 TBD가 격추되고 말았고 나머지 7기는 저공 돌진하여 야마구치 다몬 제독이 승선해 있던 항모 히류를 향해 어뢰를 투사했으나 명중탄은 없었다. 대신 5기의 TBD가 더 격추되고 2기만이 구사일생으로 귀환에 성공했다.

 

 

 

 

 

[ VT-6을 이끈 린지 소령과 그의 애기 ]

 

 

뇌격기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집요한 공격을 연이어 완벽하게 물리치면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만큼 충만해진 일본함대는 미국함대를 공격하기 위한 대규모 출격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나구모가 지휘하는 4척의 항공모함 갑판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바로 이때 1015, 항공모함 요크타운으로부터 날아온 미국의 마지막 뇌격기 편대가 일본함대 상공에 나타났다.

 

 

 

 

[ 저공으로 돌격하는 TBD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 - 미드웨이 해전 당시 대부분의 TBD 뇌격기들이 피격되었다 ]

 

 

매시(Lance E. Massey)가 지휘하는 VT-3 소속 12기의 TBD였다. 하지만 이들도 어뢰를 투하하기도 전에 사정없이 날아오는 대공포에 순식간에 7기가 불덩이가 되어 추락했다. 남은 5기의 TBD가 발사한 어뢰는 모두 빗나갔고 그중 3기가 더 격추되었다. 살아서 귀환한 TBD는 불과 2기뿐이었다. 결론적으로 0720분에 시작되어 1020분까지 펼쳐진 총 8회에 걸친 미군의 공격은 단 한 발의 어뢰나 폭탄도 일본함대에 명중시키지 못했다.

 

 

 

 

[ 미드웨이에서 생을 마감한 VT-3 지휘관 매시 ]

 

 

작전에 나선 41기의 TBD 뇌격기 중 37, 6기의 TBF 뇌격기 중 4, 4기의 B-26 폭격기 중 2, 16기의 SDB 폭격기 중 8, 11기의 SB2U 폭격기 중 8기가 피격당하고 승무원들이 몰살당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희생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미군의 공격을 회피하느라 일본 공격기들의 발진이 지연되었다. 저공 침투하는 뇌격기들을 요격하려고 제로기들은 수면 위까지 내려와 있었고 함대의 방공포 및 감시망도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 저공 침투하는 미군 뇌격기를 막으려 일본의 방공망이 내려와 있던 순간 고공으로 침투한 SDB 급강하 비행대가 회심의 공격에 나섰다 ]

 

 

미국의 마지막 뇌격기가 불타 사라지던 바로 그 순간, 맥클러스키(C. Wade McClusky)기 이끄는 SDB 급강하폭격기 35기가 고고도에 나타났다. 분노에 찬 SDB들은 날카로운 매가 되어 일본 항모의 갑판 위로 번개같이 폭탄을 내리꽂았다. 이 순간 이들을 막을 방법이 일본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제로기들은 너무 저고도로 내려와 있었고, 함대의 방공을 책임지던 대공포를 고고도로 조준할 틈이 없었다.

 

 

 

[ 피격을 당한 후 대폭발을 일으키는 일본 항공모함 ]

 

 

폭탄을 가득 매단 함재기가 가득 차 있던 일본 항공모함들은 가가를 선두로 아카기, 소류가 차례대로 공격을 받아 유폭을 일으키면서 회복할 수 없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그것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항공모함 히류가 이 엄청난 재난을 겨우 벗어났지만 수명을 잠시 연장했을 뿐이었고, 오래지 않아 함께 출동하였던 여타 항공모함들의 비참한 최후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미드웨이 해전은 순식간에 승패가 갈렸다.

 

 

 

 

[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에서 출격 준비 중인 VT-6 소속 TDB - 이들 대부분이 희생되었지만 대승의 밑거름이 되었다 ]

 

 

태평양전쟁의 전환점이 되어버린 미드웨이 해전은 이처럼 194264일 동트는 새벽부터 정오까지의 4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건곤일척의 대결에서 승리의 초석을 놓은 이들은 죽음을 두려워 않고 스스로 불나방이 되어 아낌없이 제 몸을 태운 뇌격기 비행대였다. 아무리 거대한 전투라도 희생이 없이 승리하기는 힘들다. 어쩌면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 해군 뇌격기들의 활약이 바로 그런 증거가 아닐까 한다.

 

 

 

 본 글은 "국방부 N.A.R.A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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