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단독 비행 [上] 포로의 요구 그리고 경악

 

 

 

프랑스를 굴복시킨 독일의 다음 상대는 영국이었다. 약간의 외교적 공방이 오고간 후 독일은 지체 없이 침공을 단행하였는데 해군력이 약한 독일의 선봉은 세계 최강의 루프트바페(공군)였다. 이후 영국과 독일은 이른바 해협의 결투라고 불리는 사상 최대의 공중전을 벌였다. 하지만 영국이 격렬하게 저항에 나서며 어느덧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싸움은 점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한 기의 Me-110이 야음을 틈타 스코틀랜드 깊숙이 침투하였다.

 

그러던 1941510, 독일 공군의 메셔슈미트 Me-110 장거리 전투기 한 기가 북해를 가로질러 브리튼 섬 북부의 스코틀랜드 수도인 글래스고 인근까지 침투하였다. 그런데 이 전투기는 전투 행위 같은 별다른 적대 행위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요격도 당하지 않았는데 조종사가 그냥 낙하산으로 탈출하였다. 그는 착륙한 근처에 있는 농부의 신고로 군부대에 즉시 체포되었다.

 

당시 추락한 Me-110 잔해

 

이 조종사는 조사 과정 중 처음부터 글래스고 귀족인 해밀턴(14th Duke of Hamilton) 공작과의 면담을 요구하였고 그 외의 질문 사항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하였다. 여타 독일군 피격 조종사들과 차이가 나는 행동을 보이던 포로의 요구에 응하여 군 수사 당국은 해밀턴 공작과의 면담을 주선하였는데, 조사에 응하여 불려온 해밀턴 공작은 이 포로를 보는 순간 숨이 멎는 충격을 받았다.

 

해밀턴 공작은 포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해밀턴 공작은 이 포로와 1936년 독일의 베를린에서 개최 된 올림픽 당시에 처음 만난이후 개인적으로 교분을 쌓았던 사이였다. 그런데 단지 그것 때문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그 포로는 다름 아닌 나치의 2인자로 거론되던 루돌프 헤스(Rudolf Hess, 1894~1987)였던 것이었다. 지금은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던 적대 국가의 권력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그러한 인물이 영국 한가운데 갑자기 등장한 것이었다.

 

포로는 나치의 2인자 루돌프 헤스였다.

 

헤스는 최초의 히틀러 신봉자라고 불릴 만큼 히틀러의 최측근이었다. 1차대전 당시에는 몰랐지만 전선에 있을 때 히틀러와 같은 부대에서 잠시 복무하였던 인연이 있었고 이후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활약하다 1918년에 소위로 종전을 맞이하였다. 종전 후 대학생이 된 그는 1924년 뮌헨 쿠데타 후 감옥에 끌려가 히틀러와 한방을 쓰면서 히틀러의 자서전인 '나의 투쟁'의 집필 작업을 도왔다.

 

나치 초창기부터 헤스는 히틀러의 최 측근이었다. (1927년의 모습)

 

헤스는 여자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히틀러에 대한 나의 마음은 사랑 이상'이라고 하였을 정도로 히틀러의 사상에 크게 감명을 받게 되었다. 히틀러 또한 '헤스는 당의 대리인이며 만약 나에게 일이 생기면 그가 나를 승계 한다'고 하였을 만큼 신뢰를 보내던 사이였다. 한마디로 히틀러와 더불어 나치 정권을 탄생시키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히틀러 또한 여타 독재자처럼 여러 명의 2인자를 두어 충성경쟁을 유도하였다. 때문에 사건 당시 헤스가 예전과 같은 위치는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다.

 

비록, 영국으로 단독 비행하였을 당시에 괴링, 괴벨스 그리고 스피어 같은 주변 인물들의 득세로 인하여 헤스가 나치 정권 초기만큼의 중추적인 인물은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 통용되는 대부분의 사전, 책자, 문헌에서도 헤스를 총통대리인(Deputy Fuhrer)이라고 정의 할 만큼 나치의 핵심 인물임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전시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권력 핵심 중의 핵심인 사실만은 틀림없었다.

 

그러한 인물이 갑자기 혈혈단신으로, 그것도 전쟁 중에 영국으로 날아왔으니 해밀턴 공작뿐만 아니라 영국 전체가 발칵 뒤집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뒤집힌 것은 영국만이 아니었고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히틀러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던 그의 비밀스런 영국행을 가리켜 '정신 이상자의 배신행위'로 격렬히 몰아붙였다. 적어도 그의 영국행은 히틀러의 의중과 상관없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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