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

 

국가의 물류망인 철도는 군 수송 용도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많은 군전용 철도들도 운용되고 있는데 철도가 도심을 가로지르는 경우가 있다 보니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흉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이른바 ‘A부대철도도 그러한 철도 중 하나인데 인근 주민들이 수시로 철거 민원을 제기하고 있을 정도다.

 

A부대철도는 마을과 도로를 관통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철거를 요구하는 측이나 보존을 주장하는 군부대 모두 이 철도의 유래와 관련하여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이슈화하여 보도한 지방 언론이나 이 철도를 직접 이용하고 있으며 존속을 주장하는 해당 부대나 국방 당국도 부설 시점을 잘못 알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기사 내용이다.

 

“A부대철도 걷어내자” (2009.07.08 신문)

(전략) 1974년 신설된 B동 소재 A부대가 사용하고 있는 군용철도를 걷어내자는 민원이 터져 나왔다. A부대는 1974년부터 이 지역에 주둔했으며, 원활한 군수품 수송을 위해 C역부터 부대까지 2km의 군용철도를 설치했다 (후략)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해당부대는 19704월에 철도가 부설된 것으로 정식 확인해 주었다. 따라서 위 기사와 시기적으로 조금 차이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관이나 군 그리고 민간도 위 기사처럼 A부대가 철도를 직접 부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철도와 관련한 민원이 발생하면 해당 부대는 수세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를 쓸 수밖에 없다.

 

철도 인근의 모습인데 정작 언제 생겼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

 

1970년에 초에 해당 부대가 주둔한 것은 맞지만 그때 철도가 부설된 것은 아니다. 원래 철도가 놓여 있던 지역에 A부대가 주둔한 것이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이해 당사자들 모두가 이를 반대로 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A부대가 현재 이 철도를 이용하는 입장이지만 원론적으로 철도의 설치로 인한 도시의 단절 문제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철도와 주변 지역 환경 정리를 위해 대민지원 활동을 벌이는 모습

 

물론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이 국유 재산이므로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원초적인 책임 소재를 세세히 따진다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A부대철도는 언제 부설이 되었을까?

 

원래 허허벌판이던 C지역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일제가 중일전쟁 지원을 위한 조병창을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전쟁이 격화되고 확전 움직임이 보이자 철근을 제작하는 오사카철사(大阪鐵絲)공업이 한반도에 진출하기로 하고 1940년부터 현재 A부대가 위치한 지역에 공장 설립 공사를 시작하였다.

 

해당 지역 개발 계획을 보도한 당시 신문 내용

 

일제는 이곳에 대대로 살던 주민들을 내쫓고 부지를 조성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크기가 현재 A부대는 물론 인근 X부대, Y부대, Z부대를 포함하는 광대한 지역이었다. 바로 이때 원료 공급과 제품 운송을 위한 철도 공사가 1945년 완공을 목표로 착수되었다. 하지만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면서 조성 공사는 지지부진하게 되었고 결국 패망으로 완전 중단되었다.

 

1948년 일제가 제작한 지도를 참고하여 미군정이 발행한 지도를 보면 해당 철도가 현재의 2배 정도로 1945년까지 완공예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철도 공사도 애초 계획 노선의 절반 정도만 해방 직전까지 완공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현재의 A부대철도다. 이후 6.25전쟁이 종전되고 국군이 대폭 증강되기 시작하였을 때 부지가 정비되어 있던 이 일대에 X부대가 먼저 창설되면서 군 시설로 바뀌었고 이미 철도가 연결되어 있는 이점을 살려 1970년대 이후 A부대도 주둔하게 된 것이다.

 

인근에 위치한 X부대의 창설 13주년 기념식 모습 A부대 창설 전인 1968년 모습으로 주변이 허허벌판임을 알 수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해당 지역은 한적한 교외였는데 사실 지금도 도시 외곽 지역이다. 띠라서 이 철도 때문에 지역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더구나 국회에 제출된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실제로 월 1회 정도의 운송만 이루어지고 실제로는 전시를 대비한 긴급 운송로로 유지되기에 평소에 많은 불편을 주는 것도 아니다.

 

1954년 주한미군이 발행한 지도에도 이미 해당 철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철도로 인하여 지역이 분리되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철도가 처음 생겼을 때는 허허벌판이었고 도시가 커지면서 철도 양쪽으로 마을이 점점 확장된 것이다. 따라서 단지 군부대가 해당 철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단정해서는 곤란하다.

 


비록 그 유래를 잘못 알고 있는 형편이지만 볼품없는 이 철도도 현대사의 중요한 흔적이다.


 

당장 현재의 상황이 여러 가지 불편함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은 그동안 정확하게 관리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설령 시간이 지나 부대가 해체되고 철도가 사라지더라도 과거사는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비록 지금은 흉물로 취급받지만 해당 철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80여년 가까이 된 현대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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