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이라 불린 전투기

 

 

 

 

 

 

 

1940년에 독일과 영국이 벌인 BOB(The Battle of Britain-영국 해협 전투)는 그 내용과 규모에 있어 앞으로 절대 재현이 불가능한 사상 최대의 공군만의 전투였다. 해군이 강한 영국과 최강의 육군을 보유한 독일이 당시에 정면으로 싸울 곳은 하늘뿐이었다. 독일은 하늘을 통해 영국으로 가는 길을 뚫으려 하였고 영국은 이를 막아야 했다. 그런데 전쟁 개시 시점에서 공군력은 독일이 영국을 앞서고 있었다.

 

 

 

런던을 폭격하는 He-111의 모습

 

 

 

한때 영국은 패전 직전까지 몰리는 위기를 맞았지만 효과적인 요격과 인내심으로 끝까지 승부하였다. 반면 독일은 참모진들의 진언을 무시하고 히틀러와 괴링이 즉흥적으로 작전을 변경하는 등의 여러 이유로 거의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열세에도 불구하고 독일 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해 출격하는 영국 공군 그리고 폭격기를 호위하던 독일 전투기간의 물고 물리던 피발리던 독파이팅은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두 진검간의 대결은 상대편에 대한 존경심까지 유발할 정도였다

 

 

특히 지금까지도 최고의 라이벌간의 대결로 기록되고 있는 공중전의 주역인 독일의 Bf-109와 영국의 스핏화이어 간의 대결은 상대에 대한 존경심까지 유발하였을 정도였다. 독일 공군 총사령관 괴링이 지지부진한 전과를 질타하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고 묻자 초창기 독일 공군의 에이스였던 갈란트(Adolf Galland)"우리에게 스핏화이어를 주십시오"라고 답변하여 괴링을 황당하게 만들었던 유명한 일화가 있었을 정도다.

 

괴링과 갈란트(右)

 

 

이처럼 에피소드가 많은 BOB는 영화의 배경 등으로 자주 쓰이고는 하였는데, 그중 BOB 자체를 영화의 주제로 삼은 영화가 1968MGM에서 제작한 ‘The Battle of Britain(한국 제목 공군대전략‘)’이다. 이 영화는 지금도 재현하기 어렵다고 평가될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한 공중전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극적 요소를 위하여 일부 사실을 극화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실에 바탕을 두고 제작되었다.

 

 

영화 BOB의 타이틀

 

 

예를 들어 슈밤(Schwarm)이나 로떼(Lotte)라고 불린 독일 공군의 특유의 편대 비행 대형이나 영국 공군의 요격 방법과 같은 공중전 전술, 비행기에 그린 표식 등이 그대로 재현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부천과 관련이 많다. 물론 부천이나 매년 부천에서 열리는 환타스틱 영화제(PiFan)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촬영에 사용된 전투기가 흥미롭게도 부천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것이다.

 

 

 

슈밤 대형으로 비행중인 독일 공군의 Bf-109

 

 

요즘이면 장쾌한 공중전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하겠지만 이 영화 촬영 당시에는 컴퓨터그래픽이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투기들과 공중전 장면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우선 모형을 이용하여 찍었는데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다음으로 실제 전투기를 동원하였다. 그래서 영화 제작 당시까지 날아다니는 제2차 대전 당시의 전투기들이 수배되어 사용되었다.

 

 

동원된 He-111 폭격기와 촬영 중인 모습

 

 

그런데 전쟁 당시 독일 공군을 상징하던 주력 전투기이자 최고의 생산기록을 가진 Bf-109가 의외로 수배가 되지 않았다. 독일이 패전국이다 보니 박물관에 보존한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폐기 처분되면서 사용 중인 Bf-109가 없었던 것이었다. BOB를 찍으면서 Bf-109가 빠진다면 그것은 팥 빠진 단팥빵이라 할 정도에 비유 될 수 있다. 당연히 영화에 Bf-109 대역으로 출연 할 비행기가 필요하였다.

 

 

 

HA-1112의 원형인 Bf-109G

 

 

이때 등장한 대타가 당시 스페인 공군에서 사용하던 HA-1112였다. 이것은 Bf-109를 스페인에서 라이선스 생산한 것인데 Bf-109와 다른 엔진을 장착하여 카울링 부분이 튀어 나온 것만 제외한다면 외관상으로 영락없는 Bf-109였다. 그런데 HA-1112의 이름이 스페인어로 비둘기라는 뜻인 부천(Buchon)이다. 어쨌든 HA-1112의 섭외가 성공하면서 BOB가 영화 속에서 재현되었다.

 

 

 


영화 촬영 당시 루프트바페로 변신한 HA-1112 Buchon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HA-1112에게 장착된 심장이 영국 롤스로이스의 멀린(Rolls-Royce Merlin) 엔진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제로 BOB에서 영국을 구했던 스핏화이어의 엔진과 같다는 이야기다. 독일이 패전하면서 다이블러벤츠의 DB605A 엔진을 구할 수 없던 스페인이 차선책으로 멀린 엔진을 도입하여 HA-1112에 장착한 것이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 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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