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생활행동강령] 처음 사수로 근무를 나갈 때의 느낌은?



일병이 달자마자 뛰게된 훈련 혹한기.
출동, 진지구축 하기까지 빡셌던 일과와는 다르게 텐트에서 대기를 하면 널널하게 시간을 보냈다. 막사 주변 동초 근무를 서는 것 빼곤 자거나 서로 노가리를 까며 시간을 보냈는데 배부른 소리긴 하지만 하루에 한번 서는 동초근무가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었다. 근무는 동초와 불침번근무 2개가 있었는데 둘다 9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 1시간 30분씩 총 6타임이 있었는데 짬이 되는 사람들은 불침번 근무를, 짬이 안되는 사람들은 동초근무를 섰다.


저녁을 먹고 근무를 불러줬다. 역시 병장선들이 불침번 근무를 섰고 나머지 인원들이 동초근무에 투입됐는데. 내 이름을 호명했을때 난 내 귀를 의심해야됐다.

"3시~4시30분 사수 이슬기 부사수 심슨"

"일병 이슬기" "이병 심슨"

'어? 내가 사수라고?'

통상적으로 이등병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그럴일은 수송부 특성상 존재하지 않지만) 이등병은 절대 사수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일병을 달더라도 짬찬 일병과 상병이 많은 관계로 사수는 일병 2개월 이상을 해야 꿈꿔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번 훈련에 일, 상병선이 대대로 파견을 많이 나가는 바람에 비율적으로 운전을 못하는 이등병이 많았고 그로인해 사수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근무자 호명이 끝나고 바로 잠자리로 들어갔다. 일과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훈련인 관계로 한시간 일찍 취침에 들어갔다. 덕분에 잠을잤다가 일어나기 애매한 시간이어서 초번초 근무자들은 잠을 청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얘기를 나눴다.

물티슈로 간단히 위장을 지우고 발을 닦은 나는 자리에 누웠다.

'자야지.. 근무가 3시에 있으니까 지금부터 자도 6시간이나 잘 수 있네 와.. 근무가 있는데 이렇게 많이 잘 수 있다니.. 행복하다 ㅜㅜ'

6시간 후..

나를 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슬기 일병님"

"일벼.. 엉...!?"

평소에 나보다 짬이 높은 불침번들이 깨우는것이 익숙해져있던 난 부사수가 깨우는 목소리에 나도모르게 관등성명을 대다가 말았다.

"이슬기 일병님 근무있으십니다."


"어.. 그래.."

시계를 봤다. 근무 투입 20분전. 평소대로 부사수 였다면 30분전에 일어나서 사수의 총과 스키파카를 챙겨놨어야 됐겠지만 오늘은 사수다. 느긋 느긋 근무를 나갈 준비를 했다. 머리맡에 놓아둔 방독면을 둘러매고 전투화를 신었다.

'아직도 5분이나 남았네..'

준비를 다했을 무렵 눈앞에서 내 총과 스키파카를 들고 있는 부사수의 모습이 보였다.

'아 나 사수구나~'

별것 아니었다. 단지 10분먼저 일어나 사수의 준비물을 챙기는 것. 그 차이일 뿐인데 그렇게 편하고 좋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가자"

별다른 신고없이 총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한 10발자국 밖으로 나갔을 때 건너편에서 수하소리가 들렸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담배"

"누구냐"

"동초근무자"

'...'


복귀하는 근무자들과 마주쳤다.

"어~ 슬기"

"이병 아니 일병 이슬기"

"사수야?"

"네.. ㅎㅎ"

"올~ㅋ"

"ㅋ"

"그럼 수고"

"단결 수고하셨습니다"

전 근무자들과 헤어지고 나서 다시 발걸음을 향했다.

"이슬기 일병님 어디로 갑니까?"

"음.. 글쎄 어디갈까?"

"..."

"대충 근처 돌다가 취사장이나 가볼까?"

"넵"

"신병 이름이 뭐라고?"

"이병 심슨"

"너 나이 많다며 사회에 있을때 뭐하다 왔어?"
'ㅋ 내가 신병에게 이런것도 물어보다니!'

"대학교 다니다가 왔습니다"

"졸업했어?"

"아직 못했습니다"

"ㅋㅋㅋ 띵까띵까 놀다가 왔구만?"

"..."


군에 입대 한 이후로 처음으로 신병에게 말을 걸었던 날이었다. 일병 찌끄레기가 신병에게 말을건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근무를 통해 이런저런 대화를 하니 사수란게 좋다는 것이 또한번 느껴졌고 근무시간 1시간 30분도 훌쩍 지나가 있었다.

'근무지에선 사수가 왕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었구나..'


Trackbacks 0 / Comments 6

  • 짬굉이 2010.12.21 17:07

    근데 나보다 한달 짬안돼는 후임이 사수인데 내가 부사수면 기분이 -_-

    때를써서 결국 내가사수 그 후임이 부사스 들어갔음;;ㅋㅋ

  • 강미님ㅋ 2010.12.21 21:39

    ㅋㅋ 이름이 심슨인가봐요ㅋㅋ 신기하다ㅋㅋ 근데 정해진 근무지가 아니고 주변을 도는건가봐요?

  • 짬굉이 2010.12.22 08:24

    외곽순찰이죠 ㅇㅅㅇ;;동초 라고도 하고요'ㅅ'

    근무나가기전 15분더자는 재미가 쏠쏠한-ㅅ-;;;

    근무지에선 ....짬되면 수면신공 혹은 십자수신공 ㅋㅋㅋㅋ

  • 박경륫 2010.12.26 22:57

    근무가 한시간 반이나 섰나? 한시간 섰는데....

  • angelshia 2011.01.10 14:47

    우리부대는 절때!로 일병 물빠지기 전까지 사수 안넣었습니다...
    병장이 근무를 들어가거나 일상병라인에서 퐁당퐁당 (근무교대는 이루어져야 하니까 한타임 건너뛰고 하루에 2타임을 근무서는 경우..;;)를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등병이 사수되는 일은 없었죠..;;;
    그런데.. 제가 중대 포상건으로 조기진급을 한적이 있었는데...
    하루는 상병장 라인에서 대거 근무지원을 나가서 부대에 일이병밖에 안남은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일병이여서 이등병인 동기랑 근무를 같이 들어간적도 있었는데... (통신병 선임도 근무지원을 나가서.. 본부중대에서 근무를 대신 짜줘서 그런일이 있었음..;;)
    그때 처음 사수로 들어가서 동기랑 둘이 근무지에서 먹을꺼 까먹고 노는데.. 정말 기분 좋았던 기억이..ㅋㅋㅋ

  • 어휴 2014.10.29 19:49

    사수보다 일찍일어나서 총이랑 스키파카 챙기는건 부조리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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